‘투명성 및 반부패에 관한 글로벌 미래 협의회(Global Future Council on Transparency and Anti-Corruption, 이하 협의회)’는 2022년 6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연간 컨퍼런스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경제의 효과적인 회복을 위해 기업 투명성, 책임성 및 우수한 거버넌스를 확보해야 함을 강조하며, 부패위험이 투자자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및 기업 평가의 중심이 되도록 ESG 투자 확산에 주목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ESG프레임워크 내에서 기업의 부패는 G의 핵심 요소로서 측정가능한 동시에 S 및 E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고 있다. ‘청렴(Integrity)’은 ESG의 투명한 공시에 필수이며 ESG 투자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였다. 보고서 리뷰 코너에서는 ESG 공시의무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평가에 부패위험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와 쟁점, 그리고 투자자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양한 부패위험의 이해
부패는 기업가치와 미래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패는 고위의사결정자의 의사왜곡, 회계 조작에 따른 심대한 기업가치 하락 등과 같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부패 사실이 드러나면 기업은 막대한 재정 손실, 평판 손상, 시장 배제 등의 손실을 입게 되며 심지어 파산하게 될 수 있다.
엔론(Enron)의 파산 사례
약 20년 전, 미국의 에너지 유통 기업 엔론은 대규모 사기 계획이 드러났다. 한때 미국에서 자산 규모 7위였던 이 기업은 결국 2001년에 파산 신청을 했고 ‘분식회계 사건’으로 부패의 대명사가 되었다.
투자자는 기업 재무 건전성의 주요 지표로써 부패위험을 이해해야 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라도 부패 사실이 있다면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따라서 투자자가 부패위험을 평가하여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패와 ESG 리스크
기업투자 결정 시 전통적 재무 리스크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리스크도 고려하는 총체적인 접근 방식인 ESG 투자의 영역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 기업의 ESG요소에 부패가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부패와 기업 거버넌스
ESG 투자 프레임워크 내에서 부패위험은 ‘G’의 범주에 포함된다. 리더십, 주주, 책임 및 이익창출에 중점을 두었던 거버넌스는 기후위기, 팬데믹, 인권침해 등의 경영환경 변화로 주주의 이익실현이라는 좁은 의미의 경영체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기업 이해관계자 관점의 총체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개념의 확장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계된 ‘부패위험’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부패와 환경
부패는 시장, 규제 집행 및 입법과정을 왜곡하며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브루킹연구소(Brookings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강력한 환경규제도 집행과정에서 비효율적이고 부패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부패는 기업의 환경영향평가 및 보고의 정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패가 삼림 벌채, 야생동물 불법 밀렵과 밀매, 생태계를 파괴하는 댐프로젝트 등을 조장한 사례가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 및 수질오염, 생물다양성보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주요한 환경의제가 연관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부패와 인권
부패는 시장을 왜곡하고, 투자의욕을 꺾고, 정부가 기업 이익을 위해 공공서비스로부터 돈을 빼돌리거나 심지어 인권유린에 침묵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 중소기업에 더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된다.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기업의 화석연료 추출 및 삼림 벌채와 같은 생태계 파괴 활동과 불법광산의 인권 착취는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세계 최악의 환경 및 인권 침해"의 원인 중 다수가 "세계 정치 및 경제 시스템의 부패"라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투자의 중추(Backbone), 청렴(Integrity)
청렴성은 ESG 투자 기본요소로 보다 광범위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부패는 ESG 우선순위를 흐릴 뿐만 아니라 ESG 관리 및 보고를 왜곡하고, 제3자검증을 상대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투자자가 부패위험을 고려하지 않고서 환경, 사회, 거버넌스 또는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부패는 주주, 임직원, 지역사회 및 지구에 이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중심 비즈니스1 를 실현하는 것 역시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최근 시민사회, 민간부문에서 투자 의사결정 시 반부패를 우선순위로 하는 방향전환의 진전이 있었으나 실제로 ESG 우선순위에서 부패위험은 어떻게 다루고,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합의는 거의 없는 상태임을 보고서에서는 지적한다.
ESG 투자 프레임워크 현황과 부패 관련 쟁점
전세계적으로 2020년은 ESG가 주류 투자전략으로 떠오르는 해였다. 기관투자자와 평가기관은 ESG 정책, 지표, 조사결과를 비즈니스모델에 포함하면서 ESG 투자영역을 눈에 띄게 강화했다. 그러나 시장의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ESG 평가기준의 적절함(신뢰성)에 동의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앞서 살펴본 부패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ESG 투자 프레임워크 내에서 부패는 국내 상황을 보면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부패위험에 대한 관심 부족은 단기 이익 극대화에 대한 집착, 정확한 부패위험 지표 개발의 어려움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보다 총체적이고 지속가능한 투자 의제를 촉진하려는 노력들 속에서 부패위험을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를 위한 주요 ESG 공시 프레임워크>
- EU 지속가능금융 공개규제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
-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지속가능성 보고 글로벌 표준
-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SASB)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
-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의 기업 보고 투명성
- 유엔 책임투자원칙(United Nations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
- 세계경제포럼(WEF)의 Toward Common Metrics and Consistent Reporting of Sustainable Value Creation
-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의 표준
이는 부패에 관한 ‘일관성 없는 용어, 프레임과 보고 권장사항’을 그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대부분의 프레임워크에서 부패는 ‘거버넌스’ 하에서 손실위험으로 분류되나 일부는 ‘경제적 고려사항’으로 다루어지기도 하고, 우선순위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가 제시하는 의무공시 18개 지표에서는 부패위험과 관련이 높은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과 'OECD 다국적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 다루는 명백한 부패위험 지표(반부패 및 뇌물방지 정책, 해당 정책 위반에 대한 대응, 반부패법 또는 뇌물방지법 위반에 대한 유죄판결)가 선택사항으로 분류된다. 또한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표준에서는 전체가 아닌 일부 산업에서만 부패 관련 보고가 권고된다.
행동을 위한 제언
‘청렴성’은 기업의 재무 및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보고서에서는 투자 의사결정과정 및 프레임워크 내에서 부패위험을 보다 적절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행동을 다음과 같이 권장한다.
내부 프로세스와 정책에서 청렴성의 우선순위화
‘청렴’은 모든 투자에서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자는 청렴성을 공개적으로 서약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 내부 인센티브, 고용관행 및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거버넌스 영역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ESG 워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 이사회에 반부패에 전문가- 부패위험과 기타 리스크를 연결할 수 있는 전문가 선임 등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ESG 보고 및 평가 프레임워크에 부패위험 반영
부패위험은 일관성있고 포괄적이며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고 및 평가 프레임워크에 통합되어야 한다. 부패위험 지표를 외부검증이 가능하도록 하여, 지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ESG성과의 투명성의 중요함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프레임워크 간 비교가능성을 확보하고 부패위험에 대한 전체적이고 정확한 그림을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반부패 · 윤리경영의 지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청렴성을 이해하고 촉진하는 정도, 컴플라이언스 및 윤리 담당자의 역할, 기업의 반부패 정책과 부패위험 실사현황(기업 및 가치사슬 전반 차원) 및 결과, 기업 로비활동의 성격과 효과 등을 들 수 있다.
청렴을 ESG 핵심으로 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
반부패 중요성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촉진하고, 기존 부패위험 지표와 공시 권장사항에 일관성을 도모하기 위해 투자자와 기업 간의 집단행동이 도움될 수 있다. 자산소유주, 투자운용사, 투자 평가기관, ESG 데이터 제공자 및 표준화 기관이 함께 협력하여 보다 일관되고 대표적인 프레임워크를 정립함으로써 기업 ‘청렴’을 ESG 우선순위로 강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
-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협력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기업경영을 의미하며,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및 세계경제포럼의 국제비즈니스협의회 논의 아젠다로 다루어 짐
Global Witness (2021.09), Last Line of Defense -The industries causing the climate crisis and attacks against land and environmental defen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