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은 저서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의 유독물질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알린다. 이 책은 인류에 다방면으로 편리함과 혁신을 가져다준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대중에 알리고, 화학업계의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경종을 울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영화 다크워터스는 최대 화학기업인 듀폰이 테프론이라는 프라이팬에 사용된 화학물질 위험성을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을 파헤친 변호사의 소송사건을 그린 영화이다. 1998년 태프트 로펌의 변호사 빌롯(Billot)에게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소농장을 운영하는 농부 테넌트(Tennant)가 찾아온다. 듀폰의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가 테넌트의 소를 방목하는 목초지로 흘러 들어오면서 키우던 소들은 폭력적으로 변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190여 마리의 소를 땅에 묻은 농부가 갖고 온 비디오테이프를 본 빌롯은 거대 화학기업을 대상으로 한 끝이 보이지 않는 사건을 맡는다. 2차 대전 중 비밀리에 개발된 PFOA라는 합성화학물질은 탱크의 방수코팅에 쓰였다. 전쟁 후 듀폰은 이를 프라이팬 코팅에 쓰기 시작한다. 기업은 1962년부터 동물실험을 통해 이 물질의 위험성을 알았고, 공장 노동자의 건강과 유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유해물질의 공기배출과 매립이 지역사회 거주민에게는 암을 유발하고, 소비자도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수십년간 알고도 대중에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을 빌롯이 알아낸다. 길었던 소송 끝에 2006년 듀폰과 테넌트는 합의를 하였고, 듀폰은 2013년 PFOA사용을 중단하였다.
영화는 나다니엘 리치(Nataniel Rich)의 뉴욕타임즈 기사인 ‘듀폰사 최악의 악몽으로 기록되는 변호사(The Lawyer Who Became DuPont’s Worst Nightmare)’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잘 달라붙지 않고 방수기능이 있는 테프론 프라이팬은 요리를 편리하게 해주었고, 전세계적으로 판매되었다. 그 만큼 많은 소비자가 PFOA에 노출된 것이다. 기업의 불법행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변호사의 노력은 결국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소비자 안전강화라는 공익신고 차원의 역할을 하였다. 지역주민의 대다수는 듀폰에서 근무하며, 기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유지됨에 따라 고발자 테넌트는 지역사회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이처럼 또한 공익신고자는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어 신고를 주저하게 되므로 ‘신고자 보호’와 같은 제도지원이 중요하다.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정보일지라도 소비자 안전에 관한 기업정보는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현재 듀폰은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제품 투명성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요청에 대해 글로벌 안전보건자료(Safety Data Sheet) 규범준수 차원을 넘어서, 자료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투명한 정보관리를 위한 거버넌스의 역할과 기업 내 메커니즘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며, 기업 행동의 견제와 감시의 역할 또한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참고
NYtimes(2016/01/10), "The Lawyer Who Became DuPont’s Worst Nightmare"
권수진, 윤성현(2016). 공익신고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총서.
설민수(2018). 공익과 충돌 시 영업비밀 보호의 한계. 법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