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우리도 횡령을 묵인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화, '배드 에듀케이션(Bad Education)'

높은 명문대 입학률로 지역 4위 공립 고교가 된 뉴욕주 로즐린 고교. 학부모들은 학교에 만족하고, 학교의 평판 덕분에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여 학교 이사진들도 기뻐하고 있다. 교내에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될 예정으로, 앞으로 로즐린 고교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교사 시절부터 학교의 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행정 교육감까지 올라온 인물, 프랭크 타손이 있다.

영화 '배드 에듀케이션'은 미국 역사상 학교에서 일어난 횡령 사건 중 가장 규모가 큰 사건으로 기록된 로즐린 고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프랭크와 그의 오랜 동료 팸은 자신의 재량으로 장부를 무단 수정하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스카이워크 설치를 명목으로 허위법인과 유령회사에 돈을 빼돌린다. 학교 건물 천장의 누수는 방치하고, 학교의 공금으로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고, 외모를 가꾸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학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자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위행위는 정당하다며 합리화한다.

횡령이 적발된 후에도 프랭크는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묵인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한다. 프랭크는 내부고발자인 교내 신문부 기자, 항의하는 학부모와 이사진 앞에서 횡령을 밝히는 것은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생산적이지 못한’ 행동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비위행위가 밝혀지면 정부 예산이 삭감되고,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어 재학생들의 대학 입학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며, 인근 지역 부동산의 하락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비위행위의 은폐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프랭크의 주장은 지극히 모순적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만연하게 깔린 인식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위행위에 대한 처벌이 사회적 손실과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비판하고 비위행위를 합리화할 여지를 제공한다. 사회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부당행위는 반드시 제재되어야 할 대상이지, 다른 생산성 혹은 사회적 기여 등을 명목으로 그 부정성을 대체하거나 희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명확한 반부패 규정 확립과 청렴윤리경영의 실현을 위해 부패란 절대 타협의 대상이 아님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출처: wav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