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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소식

미쓰비시차와 불량만두

  • 작성자김영일
  • 게시일2005-05-16
  • 조회수9,310

 

 

 

[도쿄에서] 미쓰비시차와 불량만두
일본 최고(最古) 자동차업체인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요즘 형편이 말이 아니다.

수차례에 걸친 차량결함 은폐 사실이 잇달아 확인되면서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체포됐다. 문제는 체포가 아니다. 은폐 사실이 드러난 뒤의 후폭풍이다. 판매량은 당장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거짓말하는 기업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분노였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공용차 입찰에서 미쓰비시차의 참여를 잇달아 배제하고 있다. 회사 간부들은 신뢰를 거듭 다짐하고 기회를 달라고 외치지만 한번 돌아선 고객들의 반응은 차갑다. 일본 언론들은 미쓰비시차가 불과 몇개월새 판매 부진 등으로 수백억엔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내 부도덕한 기업 몰락의 상징은 유키지루시(雪印) 식품이다. 50년 역사의 유키지루시는 한때 햄과 소시지 등의 일본내 시장점유율이 80%나 됐다. 그러나 2001년말 일본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면서 급전직하했다. 유키지루시는 호주산 쇠고기를 일본산 쇠고기로 위장했다. 국내산도 산지 값이 비싼 지역 이름을 내세웠다. 위장사실이 들통났고, 소비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유통업체에서는 유키지루시 쇠고기를 철수시켰다. 유키지루시는 결국 2백40억엔(약 2천4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식품회사를 퇴출시켰다.

일본 언론은 두 사례를 공급자 우선 사고에 사로잡힌 구태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전자업체 샤프는 최근 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이온과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온이 운영하는 슈퍼체인 자스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만산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대만산 제품이 샤프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이온은 거꾸로 샤프 제품을 매장에서 치우겠다고 나섰다. 샤프의 주장대로라면 이온은 소비자들에게 불법 제품을 판 것이 되는 만큼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샤프의 일방통행식 조치에 대한 불만도 담겨있다. 뒤늦게 샤프가 담당 임원을 이온 본사로 보내 사과를 표명,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유통업체가 얼마나 신뢰 유지에 필사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들은 흔히 윤리를 경영이념의 맨 윗자리에 놓는다. 업무를 추진하면서 기업윤리와 회사 이익이 상충된다면 기업윤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말도 고정 레퍼토리다.

그러나 실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는 매년 봄 대기업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 가운데에는 이런 것도 있다. 상사가 회사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수단으로 일을 하라고 지시할 경우 이를 따를 것인가. 올봄 조사에서는 ‘지시에 따르겠다’는 응답이 43.4%였다. 지난해보다 10%포인트나 올라간 수치다. 조사기관은 “취업난속에서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는 비애”라면서 한편으로 조직 우선 논리가 여전히 뿌리 깊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쓰비시차의 경우 애초에 현장 근로자들이 차량 결함 사실을 확인하고 상사에게 보고했지만 회사는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했다. 유키지루시는 아예 간부들이 매출 증가를 위해 원산지를 바꿨다.

한국의 ‘쓰레기 만두’는 일본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작년 한해에만 한국산 냉동만두 864t이 수입됐으니 신경을 곤두세울 만하다.

기업의 윤리경영을 가능케 하는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의 힘이 모아지면 시장도 바꾸고 기업도 망하게 할 수 있다. 이온이 신뢰에 신경을 쓴 것도 소비자를 앞자리에 뒀기 때문이다. ‘쓰레기 만두’ 파동의 교훈이 벌써 잊혀지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경향신문 박용채/특파원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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