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뉴스·소식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길

  • 작성자김영일
  • 게시일2005-03-21
  • 조회수9,594
[특파원칼럼]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길
 
세계 최대 종합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매년 초 ‘최고경영진 모임’을 갖는다. 올해도 지난주 2박3일 동안 미국 뉴욕에서 북쪽으로 1시간 떨어진 아몽크에 위치한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연수원에서 모였다. 이 자리에는 그룹 본사 경영진과 멕시코·일본·한국·폴란드 등 전 세계 최고 경영진 100여명이 참석했다.

모임은 관례대로 저녁 파티로 시작됐다. 파티장 입구에는 번호표가 있고, 참석자들은 무작위로 번호표를 추첨해서 당첨된 테이블에 앉았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좌석을 배치하는 것은, 친한 동료끼리 앉지 말고 모르는 동료들과도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라는 의도다.

▶▶

저녁식사 후에는 로버트 루빈 회장(전 재무부 장관), 스탠리 피셔 부회장(전 IMF 부총재·차기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 빌 로즈 부회장 등 3명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과 부정적 시각이 엇갈렸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8시부터 열린 회의에서는 올해 씨티그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척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씨티 경영진에게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것은 ‘최고 이익 달성’이나 ‘주주가치 극대화’도 아닌,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였다.

프린스 CEO는 지난해 10월부터 씨티그룹의 가치와 미래를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두고, 강력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는 지난 연말 강행한 글로벌 투어에서도 “존경받는 씨티그룹이 되자”고 역설하면서 “이번 구호가 일회성이 아니라 CEO로서 재임 기간 내내 꾸준히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씨티그룹은 2003년 179억달러(약 18조8000억원)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20일 발표한 2004년도 4분기 실적(순이익)도 2003년 같은 기간보다 12%나 증가한 53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씨티그룹 주식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죽을 쑤고 있다. 작년 초 50달러 이하로 떨어진 뒤 계속 횡보 중이다. 씨티그룹 실적을 보면 주식 가격이 더 오를 성싶은데도 요지부동이다.

아마 합병을 통해 공룡 금융회사로 발돋움하면서 지난 1~2년 사이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최고 은행’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2002년에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주(州) 검찰과 연방 증권감독원(SEC)으로부터 5억달러의 벌금 철퇴를 맞았다. 2004년에는 씨티그룹 일본 지점들이 탈법 행위를 저질러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수모를 당했다.

▶▶

2003년 말 샌디 웨일 회장으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받은 프린스는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우친 것 같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윤리 경영을 추구하는 한국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작년 103억달러(약 10조7867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순이익 100억달러 클럽’에 들어간 삼성전자도 윤리 경영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 재벌그룹 회장들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앞장서서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씨티그룹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는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조선닷컴>

김재호 뉴욕특파원 jaeho@chosun.com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501/200501210333.html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자주찾는 서비스 닫기

자주찾는 서비스 설정하기 총 8개까지 선택할수 있습니다.

메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