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ESG 전문 미디어 임팩트온(IMPACT ON)의 대표이자 편집장이신 박란희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ES공시 의무화와 청렴윤리경영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1. 국내에서 ESG공시 초안이 발표되고 세계적으로 ESG공시가 의무화, 법제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동향이 반부패/윤리경영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협력사 혹은 하도급업체에 과도한 갑질을 함으로써 공정위로부터 100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A기업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100억원 과징금 부과내역, 윤리경영 개선과제 및 활동내역’을 보고하지 않아도 법적 부담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자율적인 공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SG공시가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3~4년 후엔 어떻게 될까요? 만약 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상 ‘중요성(materiality)’ 항목에 ‘반부패·윤리경영’과 같은 항목이 없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성 혹은 중대성이라고 불리는 항목은 ESG(지속가능성) 항목 중에서 우리 기업의 재무적인 기회 및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를 의미합니다. A기업의 경우 100억원이라는 재무적 손실을 입힐 정도로 윤리경영 이슈가 중요함에도, 회사가 이를 중대하게 여기지 않아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ESG공시의 의무화, 법제화는 기업의 운영 및 관리체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은 이제 재무회계원장만이 아니라 ESG회계원장도 함께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EU의 ESG 의무공시 대상에 포함된 일부 수출대기업부터 ESG공시 항목을 관리하기 위해 전사적 자원 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구축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ESG공시 항목 중 반부패·윤리경영 관련 내용을 보면, 주로 ‘반부패·윤리경영 추진체계 및 정책, 사내교육 및 고충처리 메커니즘, 확인된 부패 사례 및 조치’ 등의 항목입니다. 향후 공시정보가 모두 비교가능질 경우, 이는 경쟁기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기 위한 기업간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윤리경영을 경영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 요소로 여기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태계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Q2. 청렴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 ESG 중 거버넌스 차원에서 기업에게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사실 ESG공시 의무화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우 ‘공급망실사법(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까지 지난 5월 최종 통과되면서, 공급망의 협력업체에까지 인권과 환경에 책임있는 비즈니스 관행을 확립하도록 의무화하는 세계적인 흐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법안의 최종목적은 이러한 청렴윤리경영이 기업에서 시스템적으로 내재화시키라는 것이며, 외부에 공시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거버넌스’입니다. 즉 ‘윤리강령(Code of Conduct)’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는지, 윤리경영 시스템이 내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녹아 있는지,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에 포함되거나 내부 인센티브가 있는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목표와 개선사항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되는지 등이 그 사례입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윤리강령 선언을 포함한 기업 내부 정책은 선진국과 비견될 만큼 잘 갖춰져 있지만, 이러한 제도가 실제로 잘 작동하기 위한 체계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기업의 고충처리 메커니즘에서 제기된 문제가 많다고 해서 이를 감추지 않으며, 개선사항을 솔직하게 밝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충처리 건수 제로(0)를 더 훌륭하게 보는 식입니다. 해외에서는 고충처리 건수가 제로라는 건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칫 ESG공시 대응을 ESG 활동 홍보나 마케팅으로 착각할 경우, ESG공시는 ‘ESG 워싱(Washing, 가짜)’으로 여겨지고 평판 및 법적 책임에 처하게 됩니다. 최근에 발생하는 수많은 기업 리스크의 공통점은 내부고발자로부터 나오며,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한번 터진 리스크는 되돌리거나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후대응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때문에 기업의 이사진 및 경영진은 청렴윤리경영에 준하는 기업의 거버넌스 자체를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의 경영 프레임워크를 ‘사후대응적’에서 ‘사전예방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