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글로벌 조세 및 반부패 정책 동향에 대해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경근 교수를 인터뷰하였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식량 및 공급망 불안정성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각 국가와 국제 행위자들은 서로 협력하여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러 국가 협력체, 회의에서는 현안 대응을 위한 해결 과제로 반부패를 꼽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조세 투명성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예로OECD · G20가 주도하는 포괄적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IF)는 국제조세 개혁을 논의하고, IPEF(인도 ·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서는 주요 필라 중 하나로 조세와 반부패를 선정하였다.
이번 달 전문가 코칭에서는 국제 조세 전문가 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법무법인 율촌 고문)를 모시고 다자간협력체와 국제회의에서 공정 경제와 조세 정책이 논의되는 이유와 조세정책과 공정경제, 반부패의 상관성, 조세 관련된 정책의 변화 및 영향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Q1. 논의되고 있는 국제조세 개혁(국가 간 조세정보 교환, 글로벌최저한세 등)의 의미는 무엇이며, 조세와 공정경제 반부패 투명경영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국제조세 개혁은 전 세계적으로 공정한 조세 체계를 구축하고, 조세 회피와 탈세를 방지하며,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제조세 개혁의 주요한 내용 중 하나는 국가 간 조세정보 교환입니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조세정보 교환은 정보의 유형과 정보의 제공 방식에 따라 다음의 세가지 중의 하나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상대국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exchange of information on request) 방식입니다. 국제거래를 이용한 조세회피 혐의가 있을 때 어느 한 국가의 과세당국이 그 혐의 사실을 제시하면서 상대국의 과세당국에 정보 교환을 요청하면, 요청받은 과세당국이 사안을 검토한 후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자동적 정보교환(automatic exchange of information) 방식입니다. 이는 어느 한 국가(A국)의 거주자가 상대국(B국)의 여러 원천으로부터 수취하는 소득에 대한 정보가 법적 제도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상대국(B국)으로부터 A국에 제공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정보는 대량으로 제공되므로 구체적 · 개별적 요청이 아니라 미리 정한 표준양식(a standard form and format)에 따라 자동적으로 교환되며 현재는 주로 납세자의 금융정보가 이에 해당되어 교환되고 있습니다. 셋째, 자발적 정보교환(spontaneous exchange of information) 방식입니다. 거래내용이나 증빙으로 보아 외국의 거래상대방에게 탈세 또는 조세회피 혐의가 있을 경우, 체약상대국의 정보교환 별도의 요청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체약상대국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정보는 대개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의 과세당국이 상대국 납세자의 국제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현재 OECD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글로벌포럼’에서 국가간 조세정보 교환을 통해 서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과세 투명성을 높이고, 역외탈세와 국제적 조세회피를 줄이기 위해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긴밀하게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역외탈세나 국제적 조세회피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글로벌최저한세(Global Minimum Tax)란, 기업이 국내외 어디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세제를 말합니다. OECD 회원국들을 포함한 전세계 139개국의 Inclusive Framework 참가국가들은 2021년 7월에 이러한 글로벌최저한세에 합의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1년에 7.5억 유로(약 1조원)이상의 매출을 보유하는 다국적기업 그룹은 설령 저세율국가에 소재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15%의 세금을 모회사 또는 관계회사 소재지국에서 납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내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다국적기업들은 저세율국에 진출하여 세부담을 줄이는 시도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해한 조세 경쟁이 방지됨으로써 좀더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세와 공정경제 반부패 투명경영은 서로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세 체계가 공정하지 않거나 조세행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세금을 부담하려는 납세의식(Tax Morale)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탈세나 조세회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부패현상이 확산되고 거래의 투명성은 더욱 저하될 것입니다.
한편 부패한 경영 또는 불투명한 경영은 조세 공평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패한 정치인이나 공무원들과 유대 관계를 맺은 기업들이 해당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로부터 혜택을 받고, 대가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감추는 등의 부정적인 활동을 하게 될 경우 다른 기업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조세 수입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불투명한 경영은 조세 당국들이 적절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어렵게 만들어, 기업들의 탈세나 조세회피가 가능하도록 하여, 국가의 조세 수입이 감소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Q2. 공정경제를 위한 조세의 투명성 제고로 해외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 및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에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이며, 기업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최근 기업의 조세 투명성은 그 기준이 국제적으로 많이 높아져 날이 갈수록 기업의 주요 사업 및 투자 활동 내용은 자국의 과세당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과세당국에 모두 공개되는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국가간의 정보교환이 단순한 세무신고사항이나 금융계좌 정보교환에 그치지 않고 다국적기업의 거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전가격1. 관련 문서(마스터파일, 로컬파일, 국가별보고서)를 거래 상대국 과세당국에 직접 제출하거나 거주지국 과세당국에 제출하여 각국의 과세당국이 서로 이전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납세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전가격 관련 문서 구성>
마스터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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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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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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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파일과 로컬파일들은 현지 기업이 현지 과세당국에 매년 직접 제출해야 하는 문서들입니다. 한편 국가별보고서는 다국적기업의 최종 모회사가 작성하여 관할 과세당국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해당국가의 과세당국은 조세조약상 또는 다자간 정보교환협약에 규정된 정보교환 방식을 통해 다른 국가의 과세당국과 정보를 공유하게 됩니다. 조세정보 교환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날로 확대 · 강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사실관계를 기술적으로 감추는 것이 이제는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이들 사실관계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의 세무조사 시 적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이제 요행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회사 소유구조, 역외투자구조, 해외계좌 등 모든 정보 및 사실관계가 국내외 과세당국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노출된다는 전제 하에서 국제거래나 국제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소비자나 국민들과 소통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경영의 투명성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에 추가하여 다음과 같은 점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국제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의 일관성(Consistency)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과세당국에 제출하는 각종 신고서나 보고서들이 상호간에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외 과세당국이 자체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다국적기업의 연례보고서(annual report), 거래소 공시정보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과도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기업의 대응방안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각 관계회사 또는 관련 부서간의 긴밀한 협력(Cooperation)과 조정(Coordination)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자료의 일관성 유지와 정확성(Correctness)이 지속적으로 담보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계회사 또는 기업내 각 부서들간 자료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단계에서부터 긴밀한 협력과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기업이 해외에 있는 자회사나 지점과 원재료 또는 제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 국제거래에서 다국적 기업간의 이전가격 조작이 특히 문제가 되는데 이때 이전가격이 아닌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계산하여 부과한 세금을 ‘이전가격세’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