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자금세탁 폐해와 방지 노력

영화, ‘시크릿 세탁소’

2012년 G20정상회의에서는 OECD 주도로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대응 추진이 과제로 의결되었다. BEPS는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조약 같은 국제 과세 기준과 국가 세법의 차이와 미비점을 악용해 세율이 낮은 국가(일명 조세피난처)로 소득을 인위적으로 옮기는 조세회피 전략을 의미한다. 의결 이후 국가간 반부패정책 논의에서 조세회피 방지 및 대응은 빠지지 않는 안건이 되고 있다.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6년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가 보유한 엄청난 분량의 비밀문서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ICIJ)가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사건이 일어난다. 1만 건이 넘는 문서를 전세계 언론인이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무기거래, 마약밀매 등 수많은 범죄와 연관된 기록을 발견하였다. 모색 폰세카는 고객의 범죄 행위를 알았지만 침묵하였고,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파나마, 버진 아일랜드 등에 20만여 개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해 고객의 돈을 스위스 은행계좌에 예치하거나 전세계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탈세와 돈세탁을 도운 사실이 밝혀졌다.

영화 시크릿 세탁소는 엘렌이라는 중년 여성이 결혼 40주년 기념 여행에서 탄 작은 유람선의 전복 사고로 남편을 포함한 마을주민 21명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엘렌은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려다 보니 보험회사가 가입한 2차 보험회사가 페이퍼 컴퍼니라 실제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다. 또다른 등장인물은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준 대가로 받은 2천만 달러의 무기명주가 신탁사를 통해 하루아침에 100달러도 안되는 가치로 떨어졌음을 모색 폰세카로부터 전달받는다. 영화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합법이라는 틀 안에서 범해지는 부정 · 부패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기업과 부자가 세금을 회피하고 돈세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시크릿 세탁소는 사회의 부정부패로 개인과 가정이 무너져가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에 따르면 기업의 합법적 범죄가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 영국 원유사 헤리티지오일은 우간다의 유전을 구매할 때 지불할 세금 4억 달러를 피하기 위해 모색 폰세카를 통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다. 결국 헤리티지 오일은 세금을 면하였는데, 이때 우간다의 국가재정 수준이 열악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빈곤으로 고통받는 상황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ICIJ는 지적한다. 세금은 빈곤과 불평등 수치가 높은 국가들에게 필수적인 수입원으로써 빈곤 수치가 높은 국가의 정부는 의료, 교육, 공공처리시설, 인프라 및 사회복지와 같은 공공 서비스 비용을 세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세입 능력이 감소하면, 기초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정발전 목표(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등)를 달성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 또한 저하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패 문제에 관해서 국제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호차에서 자세하게 다룬 2023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서 공정경제를 위한 조세협력 및 반부패를 주요 아젠다로 하는 것도 이 때문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참고

    나라경제(2017.09),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OECD · G20 공동 대응 나섰다.

    뉴스타파(2016.04.05),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조세도피처의 희생자들

    한아프리카재단(2022.01.04), 지속가능한 세입을 위한 G20/OECD-아프리카 간 조세협력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