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커녕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며 하루 14시간을 일하는 택배기사 리키, 모든 환자와 노인에게 헌신적인 요양보호사 애비. 둘은 부부로 두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다. 이들은 가족을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하지만, 엇나가며 사고를 치는 사춘기 아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일찍 철이 들어버린 어린 딸에게 따뜻한 식사를 챙겨줄 시간도 없다. 가족을 위해 일하면서도 정작 가족과 함께 하지 못 하고, 고된 노동에 지친 그들은 마음에도 없는 모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많은 것을 희생하며 매일 성실히 일하던 리키는 근무 중 범죄 피해를 당해 큰 부상을 입고 만다. 그러나 택배회사는 리키가 아닌, 파손된 택배단말기와 분실된 택배물품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택배회사는 리키가 소속직원이 아니라 계약한 개인사업자라고 말하면서, 리키에게 파손·분실된 물품에 대한 보상과 대체인력 충원을 재촉한다. 대체인력 비용도 물론 리키의 부담이다. 결근할수록 쌓여갈 경제적 부담에 리키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몸으로 출근을 택할 수밖에 없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1) 근로자가 겪는 부조리를 담은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택배기사가 부재중인 고객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그대로 사용한 'Sorry We Missed You(죄송합니다. 당신을 놓쳤어요)'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고객의 편의성 추구, 그 사이에서 근로자의 인권 또한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놓쳐버린 인권이 근로자와 그 가족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긱 이코노미 시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는 2021년 기준 약 22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자비스앤빌런즈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는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가 향후 5년 동안 매해 3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근로자 인권의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실현, 산업안전과 건강권 보장은 국제 인권 기준의 기본 내용이다.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동안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 또는 임시직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제 형태(아르바이트, 비정규직 프리랜서,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 외주업체 노동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