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안전과 기업 거버넌스
박선현 교수
서울대학교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박선현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전에 대한 인식과 경영환경의 변화 그리고 기업의 거버넌스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1. 최근 안전 관련 이슈, 중대재해법 등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업환경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며 기업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예전에 경영자 수업에서 건설업을 가업으로 이어받은 2세 경영자 학생이 있었는데 그 자신이 건축가였습니다. 신규공장 시설을 설계하면서 관련 법규에 맞추어 작업장 안전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포함시켰다가 창업주인 아버지에게 혼이 났었다고 합니다. 그런 것 다 지켜가면서 언제 돈 버느냐, 나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그때 벌금 내고, 비용 처리하면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한 세대를 지나면서 안전을 대하는 우리의 문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안전 관련 규제를 비용효율성과 단기수익 최우선 경영의 걸림돌로만 여겨왔다면, 최근 경영환경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에 대한 장기적 수익확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환경, 지역사회에 대한 가치창출을 요구하는 ESG 경영이 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일터에서의 건강과 안전은 이런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첫걸음입니다. 경영자들이 작업장의 안전관련 투자를 단순히 비용으로 여기기보다는, 기업의 지속적 가치창출을 위한 기본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기업이 안전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거버넌스 측면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일터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위험이 존재하며, 한국 경제는 아직까지는 제조업, 건설업 등의 비중이 높아서 작업장의 구조적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재해는 예기치 못한 불행(misfortune)이나 실수(mistake)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조직 내 그릇된 행위(misconduct) 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며 이는 체계적인 거버넌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만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최고경영자의 안전에 대한 믿음과 진정성 있는 태도입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현장관리자가 아니라 최고경영자에게 묻는 것은 작업장의 잠재적 위험을 미리 발굴, 개선하여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기업에서 최고경영자는 제도 도입과 운영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업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최고경영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기업의 장기적 성과와 지속성장을 위한 선결조건이라는 것을 믿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안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 개선입니다. 조직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제는 유효하지 않은 과거의 성공 경험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비용효율성 중심의 선진국 따라잡기 게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지만, 이런 과거의 성공방정식은 혁신에 기반한 지속적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다음 세대의 과제에 유효하지 않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것이 둘러가는 길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미래경쟁력을 위한 준비라는 것에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투자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