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기만적 광고에 대한 책임,

‘가만한 나날’

단편소설 ‘가만한 나날’의 주인공 ‘경진’은 국문과를 졸업하고 홍보대행사에 취업을 한다. 가상의 블로그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고 고객사에 의뢰받은 후기를 블로그에 작성하는 업무를 맡는다. 제품 특장점을 직접 써본 것처럼 글을 쓰고 이웃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을 한다.

국문과라는 전공을 살려 첫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프로답게 일하고자 했던 ‘경진’은 ‘직접 먹어본 것처럼, 직접 사용해본 것처럼’ 디테일을 살려 글을 만들어 낸다. 홍보가 되었으면 하는 문구를 고객에게 받지만, 그 이상으로 그럴싸한 후기를 만들어낸다. 의욕이 가득해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건의 거짓 체험 글을 쓰는 것에 무감각해진 어느 날, 독성물질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뿌리는 살균제’ 제품을 본인이 홍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진’의 기억에는 잘 남아 있지도 않지만 해당 제품을 사용해본 것처럼 글을 쓰고, 강력 추천했던 것이다.

소비자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제품을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홍보한 경진의 회사는 책임이 있을까? 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재무적으로 중요하고 의사결정에 유용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지속가능성회계기준(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의 '광고 및 마케팅' 산업 기준을 살펴보면, '광고 무결성'이라는 항목을 주요한 이슈로 다룬다. ESG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허위, 기만적 또는 불공정 광고와 관련된 법적절차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였는지, 광고자율규제위원회(Advertising Self-Regulatory Council, ASRC)1)의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등의 데이터를 공시하여야 한다. 즉, 광고 내용 및 배치에 관한 규정을 준수해야 할 대부분의 부담을 고객사가 지는 반면, 광고 대행사는 광고 내용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관련 규정에 대해 고객사에게 조언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기업의 윤리적 책임 영역 또한 기업이 사회, 환경,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포괄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소설 제목의 ‘가만하다’는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한 상태(출처: 네이버 어학사전)’를 의미한다. 최대한 일의 성과를 내고자 했으나 윤리의식 없이 글을 써내려 갔던 주인공의 지난 날은 결국 그 어떤 주체성도 책임도 없는 ‘가만한 나날’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미지출처: 예스24)
  • 광고주에 지침을 제공하고 진실과 정확성에 대한 표준을 설정하여, 허위 광고 및 기만적인 마케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 비영리단체

참고

  •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SASB) 광' 고 및 마케팅' 기준-한국회계기준원 번역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