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결함에 의한 리콜은 정직함과 공정함을 갖고 시행해야 하며, 리콜 과정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기업이 책임지고 제품 결함을 해결하도록 하는 리콜 조치는 법적 의무이고,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기본 수준의 윤리적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기업 평판, 소비자 불신, 재무위기 등으로 자발적 리콜을 행하기란 기업에게 어려운 의사결정일 수밖에 없다.
2000년대초 일본 요코하마에서 달리던 트럭의 타이어 이탈로 행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제조사 미쓰비시자동차는 사고원인을 운송사의 정비불량이라 주장하고, 차체결함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해온 정황이 밝혀지면서 기업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이다. ‘호프자동차’의 ‘품질보증팀’은 차축과 타이어를 이어주는 허브가 파손되는 차체결함을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다. 발매된 신차의 실적부진으로 담당임원과 부서는 잦은 사고발생에 대한 자체조사를 하여 허위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거나 인맥을 통한 무리한 은행융자 요청 등의 방만경영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철저한 정비를 하였음에도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몰린 중소운송기업 ‘아카마츠운송’에는 거액의 보상금으로 입막음을 시도하기도 한다.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투명하지 않은 의사결정 체계에 따라 개인의 안위가 우선시되고, 부정부패와 은폐 규모가 점점 커진다.
내부고발을 앞두고 ‘호프자동차’의 기술개발연구소의 담당자는 ‘우선 옳지 못한 부분을 규탄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게 제일 중요한 일 아닐까요?’라며 모든 것의 기본을 말한다. 결국 호프자동차의 내부고발, 은행 융자담당자의 엄격한 컴플라이언스에 근거한 업무처리, 자동차정비를 철저하게 시행해온 운송기업의 근거자료 등이 뒷받침이 되면서 기업의 부정이 파헤쳐진다. 이 과정에서 내부고발자는 좌천을 당하기도 하고, 중소운송기업은 파산위기에 처해 기업의 핵심인력이 이탈되기도 한다.
제품결함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또다른 부정부패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를 표면화하고, 문제를 진단하여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제도적인 장치는 개인의 성숙함과 양심이 더해져 온전히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구본관(2005). 미쓰비시자동차의 위기와 시사점. 삼성경제연구소.
- 조현진, 김현경(2018). 제품 결함에 따른 기업의 리콜에 대한 소비자 인식 탐색. 윤리경영연구, 18(1), 141-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