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법무법인 지평의 ESG센터 경영연구그룹 정영일 그룹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급망 실사 의무화와 기업이 유의할 사항, 기업들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1. EU 공급망 실사법 의무화로 기업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며 관련하여 반부패 준법윤리경영 측면에서의 유의사항은 무엇이 있을까요?
EU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에게 자체 사업장 뿐만 아니라 공급망을 포함한 가치사슬을 대상으로 실사를 의무화한 법률이다. 여기서 실사(Due Diligence)는 재고실사나 M&A실사와 같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점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사는 기업이 발생시키고 있거나 향후 발생시킬 수 있는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국제사회에서 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기업 관리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것이 바로 ‘실사’라는 방법론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UN이나 OECD에서 연성법(Soft Law)으로 기업들의 행동을 촉구해 왔던 것들을 EU가 구체적인 경성법(Hard Law)으로 제정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미 실사와 관련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OECD 실사 지침에 따르면 ‘실사’는 ‘개별기업이 자사의 운영은 물론 자사가 관여된 공급망과 사업관계 내에서 실제로 발생하였거나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 완화하고, 그 해결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시행해야 하는 절차’라고 정의하고 있다. EU는 이 정의를 그대로 법안에 반영했다.
<실사(Due Diligence) 체계>
[출처: OECD ’책임있는 기업 행동을 위한 실사 지침(OEDC, Due Diligence Guidance for Responsible Business Conduct)]
ESG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업의 환경·사회적 영향 관리로 치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기업 활동으로 인한 부정 영향을 줄이고 긍정 영향을 극대화하라는 의미로 바꿔 쓸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영향 관리 책임의 범위는 공급망을 포함하여 가치사슬로 수렴되고 있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포함해서 실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이제 기본적인 준법윤리경영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EU 공급망 실사법은 준법윤리경영의 구체적인 정의와 범위, 그리고 관리방법에 주는 함의가 크다. 실사는 해외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나, 한국 내에서는 크게 부각된 적이 없는 개념이다. ‘영향 관리’로서의 실사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준법윤리경영의 대상과 방법을 확대 정의하고, 한국 사회에 그 중요성에 대한 환기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하고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Q2. 기업들은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요?
먼저, 기업들은 실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부정 영향 관리에 대한 정책 수립부터 환경 및 인권 영향 평가를 정기화하고, 영향 평가에 기반해 예방·완화 조치, 모니터링 체계 수립, 내·외부 보고 절차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정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충처리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EU는 조직이 환경 및 인권에 미치는 부정 영향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런데 EU가 제시하는 부정 영향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의 노동법이나 환경법규화 되어 있는 것들이다. 즉, 관련 국내법에 대한 준수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은 공급망에 속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 및 인권에 미치는 부정 영향과 사실관계 여부, 그리고 실사 체계에 대한 정보 요구가 급증하게 될 것을 대비해야 한다.
EU의 공급망 실사법의 대상은 EU기업들과 함께 특정 조건 이상의 비 EU권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글로벌 공급망에 연계되어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산업별로 공급망의 특징이 다르고, 공급망이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외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공급망 실사법의 대응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이 아니라 동종업계 및 산업계, 지역별 기업들이 공동대응에 관심을 갖고, 그 특성을 반영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