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이중학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DEI경영의 필요성과 DEI 실천 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Q1. DEI가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다양성, 공정성 및 포용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미래>를 쓴 야마구치 슈는 현대 조직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단순하고 대규모” 혜택이 가능한 영역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부분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많은 고객에게 만족을 줬다면 이제는 개인단위까지 원하는 바가 다양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사람관리 분야에서는 “We to Me”로의 전환이라고도 부릅니다. 과거 조직내 개인은 We(우리)로 통칭되어 관리되었으나 이제는 Me(개인)으로서 관심 받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서 조직에서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 동기, 의미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조직내 갈등을 이야기하면 성별, 세대 등을 자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왜 세대간 갈등이 있지?”를 심도있게 고민해보면 세대 이전에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value)가 다르고 직업에 대한 정의가 다르며 서로 간의 관계를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결정 기준(가치)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있는 것이지 단순히 MZ이기 때문은 아닌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일과 직업, 그리고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다양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조직내 잠재적 갈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회와 조직에서는 이런 다양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매우 필수적입니다.
해서 저는 우리가 쓰는 단어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DEI는 다양성-공정성-포용성이란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다양성”은 공정성과 포용성이란 환경 아래 맺어지는 결과물과 같습니다. <시대예보>를 쓴 송길영 박사 역시 다양성은 포용성이란 과정에서 생긴 열매와 같다고 표현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유한킴벌리와 같은 회사는 I&D(포용과 다양성, Inclusion & Diversity)1란 표현을 주로 쓰며 포용성이 선행되어야 할 요건임을 명확히하고 있으며 필립모리스 등 관련 활동을 하는 회사들에서도 I&D라는 표현을 더욱 많이 쓰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미국에서는 DEI란 표현에 A와 B를 연결한 DEIAB를 씁니다. A는 접근성(accessibility), B는 소속감(belonging)을 뜻합니다. 신체적, 정신적 다름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제품과 서비스에 접근성을 만들어줘야 하고, 그들에게도 조직 및 커뮤니티에 일원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소속감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들이지만 미국 기업에서 주요하게 2023년부터 다뤄졌기 때문에 국내에도 관련된 논의가 곧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Q2. 기업이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특히, 거버넌스적 관점에서 기업은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2022년 이후 전세계 조직에서 일어났던 “대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를 지나면서 세계 각국 기업에서는 “왜 그만둘까?”, “어떻게 우리 구성원을 유지시킬 것인가?”에 깊은 고민이 빠졌습니다. 여러 좋은 연구와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한 단어가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입니다. 직원경험의 여러 가지 의미 중 중요한 것은 “조직내 구성원의 긍정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믿음입니다. 과거에는 리더와 조직에서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서 개인에게 전파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환경(제도와 문화를 포함한)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근 조직들에서는 조직 운영에 있어서 구성원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타운홀 미팅 등의 활동도 하고, 더불어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과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서 구성원 목소리를 듣고 주요 주제를 도출하고 감정을 추론하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인적자원관리 컨퍼런스에서 BMW 그룹이 발표했던 인사혁신 사례 역시 조직내 리더 의견을 제도나 문화에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서 구성원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함으로써 구성원에게 긍정 경험을 심어주고 이직을 줄였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구성원 목소리를 듣기 위한 여러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더해, 거버넌스 관점에서는 국내 기업에서도 최근 많이 노력하고 있는 다양성을 지닌 인력의 이사회 포함과 윤리성의 강조가 있겠습니다. 여성이 이사회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은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도 있지만 동시에 비즈니스적으로 여성의 구매력과 사회진출이 앞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잠재되어 있던 요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해외 기업과 다르게 성적 소수자 및 장애인 등의 목소리가 이사회에 반영될 여지는 많이 적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으로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기준에 맞춰서 일을 하다는 것은 어려운 행동입니다. 그 기준 중 윤리적 기준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포함해서 조직내 다양성이 싹틀 수 있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조직내 윤리진단과 같은 여러 “거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리더가 구성원에게 “윤리근육”을 키워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련된 질문을 해주고 피드백을 하는 코치로서 역할도 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서 조직은 지속가능하고 다양성이 표현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 기존의 다양성(Diversity) 관리는 기업의 인구학적 다양성 확대와, 감수성 훈련에 치중되었다. 2000년 경부터 누구든 이질적인 문화에서도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인 포용(Inclusion) 개념을 통합하여 D&I(Diversity & Inclusion)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용어는 기업에 따라 표현을 달리하여 부르기도 한다. | 출처: 엘라 F. 워싱턴,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