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오면 자연스럽게 진통이 따라붙는다. 이는 과거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급격한 변화로 야기된 이전과는 다른 요구와 환경 속에서 기업은 예상하지 못한 윤리적 리스크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각 산업혁명에 따라 발생된 윤리적 리스크를 살펴보면서 AI, IoT, 클라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윤리적 리스크는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은 기차라는 이동수단을 발전시켰고 운송의 발달은 사람들을 도시로 불러들였다. 농업 중심이던 사회는 공장에서 재화를 생산하는 공업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곳으로 인식되었고, 많은 이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대대적인 이농 현상은 농촌인구의 절감과 도시의 인구 밀집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지역 간의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한 곳에 집중되자 도시 내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중 하나는 급격한 인구의 증가로 인한 이주자들의 주택 부족이었다. 여러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공동생활을 하거나 제대로 된 가구도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등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환경오염 역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자연 훼손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은 무분별한 개발을 일삼았고, 공장들 역시 오염물질을 방출했다. 치안도 나빠져 매일 같이 각종 범죄가 일어났지만, 이를 모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시 주변으로 생겨난 공장은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 공장의 주인인 자본가는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반면 그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턱없이 적었다. 자본가에게 있어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노동자에겐 참정권이 없었기에 노동 착취에 대한 제재도 없었다. 성인 남성은 물론, 여성과 아동들까지 노동에 동원되어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공장법’이었다. 이 1802년에 제정된 ‘공장법’은 12시간 이상의 노동 및 심야작업을 금지시킨 것을 시작으로 계속 개정되어 1847년에는 원칙적으로 1일 노동시간을 10시간으로 제한하였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로 이어진 2차 산업혁명은 기술혁신의 시대였다. 철강 산업의 발달은 기계화를 더욱 진전시켰고 여기에 전기가 보급되면서 인력 없이도 기계를 돌리는 자동화 시대가 열리게 된다.
화학과 전기, 통신 등이 발달한 2차 산업혁명의 시기에는 다양한 사업의 연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에디슨의 전등을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전등의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발전기를 생산하는 회사, 전선을 생산하는 회사 등 전기와 관련한 많은 회사가 필요했다. 에디슨은 이 전기 산업 관련 회사들을 1889년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Edison General Electric)사로 통합하였고, 이 회사는 GE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건재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의 연계가 필요해지자 자연스럽게 2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은 대기업이 그 주축을 맡게 되었다. 경제와 사회가 대대적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의 중심에 서있는 대기업들이었기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했으며, 사람들이 대기업에게 주목하고 그들에게 제품 생산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1936년 개봉한 영화 《모던타임즈》는 산업화 시기의 미국을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 《모던타임즈》의 찰리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부품 나사를 조이는 일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반복 작업으로 인해 모든 사물이 나사로 보이고(신경쇠약) 이를 조이려하는 증세(강박)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런 노동자의 상태는 아랑곳 않고 공장주는 노동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급식 기계 도입을 검토한다. 공장법과 같이 노동자를 위한 법이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문제가 산재해있었다. 노동자의 권리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기계화 촉진에 비해 안전에 대한 인식이나 규정이 미비해 산업재해가 늘어났다. 산업재해를 당해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공장 입장에서 산재로 일하지 못하게 된 노동자는 돈 몇 푼을 쥐여주고 잘라버리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일할 사람은 많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기계의 한 부품처럼 본 것이다.
20세기 후반, 사람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세상이다. 공간의 제약을 풀어버린 이 세상에서는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 기업은 또 한 번 생각지 못한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인터넷은 점차 국가행정-기업-일반에게 퍼져가며 전 세계인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바로 SNS의 발달이다. 전 세계인을 하나의 소통의 장으로 끌어 모은 SNS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SNS 세상의 소비자들은 소비자로서 제품을 평가하고 이것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나 콘텐츠보다 같은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이는 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기업에게 고객은 강력한 감독관이자 영업사원이 된 것이다. .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4차 산업혁명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IoT와 AI 등으로 대표되며 3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이 합치되는 세상이다. 온라인 세상의 정보로 오프라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으로 온라인 세상이 등장하고 SNS가 발달하자 사람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또는 재미나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인터넷에 자신의 정보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고객들의 정보를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람의 정보가 곧 자산이 된 것이다. 그러자 금은보화에 도둑이 꼬이듯 기업이 모아둔 정보를 노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업은 그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더 많은 개인정보가 온라인상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 집 주소와 휴대폰 번호 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와 고객의 취향, 관심사 등에 대한 정보까지도 수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근래 광고되는 인공지능 홈비서의 경우, 사용자의 정보를 등록하고 그 사용자가 어떤 방송을 좋아하는지, 주로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평균 귀가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심지어 아침에 몇 시쯤 일어나는지까지 다양한 정보를 학습하고 보관(기억)한다. 생활패턴까지도 정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단 한 번의 정보 유출로 발생되는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유출되어 어떠한 2차 피해로 이어질지 가늠조차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고자 기업들은 복잡한 비밀번호를 만들도록 하거나 신체 정보를 이용한 비밀번호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더 많은 논의와 개선을 통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문제와 환경문제, 그리고 기업에 대한 고객과 사회의 요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노동환경에는 개선이 필요하며, 실업자(취업자)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있다. 기업이 SNS라는 양날의 검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과거의 문제가 수백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이 문제가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이 할 일은 완벽한 정답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현시대의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개선하고 변화하는 것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보안과 인권에 대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 역시 끊임없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탐구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