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환경경영
이 종 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Q
기업이 비용 문제를 감수하고 환경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환경경영은 기업이 경영활동의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활동을 통하여 경제적인 수익성과 환경적인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인 경영 패러다임입니다.

이러한 환경경영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orld Commision for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가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환경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때문에 전 세계는 환경과 관련한 사안을 가장 먼저 규제화하고 그 수준도 더욱 높여가고 있습니다. 기업은 환경오염과 파괴에 큰 책임이 있는 주체로, 이러한 규제 영향의 직접적인 당사자입니다. 기업에서 환경경영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환경에 대응하는 기업의 접근은 두 차원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관리’와 ‘경영’의 차원입니다. ‘관리’가 단순한 규제 대응을 의미한다면, ‘경영’은 규제 대응을 넘어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경제적 수익’도 창출하는 활동입니다. 환경관리에 머무르면 비용이지만, 환경경영으로 관점을 바꾸면 투자를 통한 수익창출이 될 수 있습니다. GE의 ‘Green is Green(환경이 돈이다)’은 이를 잘 표현한 말입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등은 환경경영이 기업의 재무적 수익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전력사용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Renewable Energy100)’을 적극 추진하며, 최근에는 ‘2020 환경보호 성과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제품공급망과 제품생산에 탄소중립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이를 위해 공급망 71개 협력업체와 납품하는 부품 등의 생산에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SK하이닉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RE100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향후 애플과의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금융투자기관들도 저탄소·탈탄소 등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 2019년 유럽연합이 ‘그린딜’을 내놓았고, 우리나라도 최근 ‘그린 뉴딜’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는 기업이 환경경영을 지금보다 더욱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Q
한국기업의 환경경영 수준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요?
A

우리나라는 환경과 관련하여 여전히 ‘규제 대응’ 차원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다수입니다. 우리나라의 환경경영 수준은 지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국제사회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합니다. 국제적으로 보면 ‘룰 세터(Rule Setter, 규칙을 제정하는 기업)’가 아닌 ‘룰 팔로워(Rule Follower, 규칙을 따르는 기업)’라는 수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환경과 관련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예: CDP, RE100, CEO Water Mandate, Equator Principles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적거나 거의 없습니다. 또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환경경영시스템인 ISO14001 인증을 받은 기업 수는 크게 증가하였으나, 사실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환경경영을 조직의 DNA로 내재화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Q
기업이 환경경영을 실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요?
A

환경경영을 일선에서 실행하는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탑(Top)에서 관심과 의지가 없다’라는 말입니다.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의지 정도는, 사실 기업에서 인력과 예산 배분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환경경영과 관련한 ‘지배구조’ 문제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Governance)는 기업이 목표를 추구하는데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지배구조는 규정된 구조와 프로세스에 기반한 ‘공식 메커니즘’과,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조직의 문화와 가치에 연계되어 나타나는 ‘비공식적인 메커니즘’으로 구성됩니다. 실무자가 토로하는 CEO의 관심과 의지는 바로 ‘비공식적인 메커니즘’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경영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때문에 실무자의 창조적인 능력과 실행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CEO나 이사회 수준에서 환경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경영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어 전략과 세부적인 과제를 발굴하여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