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건강을 담보로 하는 사업의 종말

빅 베이프 : 쥴의 성공과 몰락

UN 주도로 2006년 설립된 UN 책임투자원칙(UN 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요소가 투자에 주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투자 결정에 통합하도록 투자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기금을 포함하여 대규모 자본을 운용하는 전세계 연기금은 UN PRI에 가입하여 그 원칙 준용을 선언하고 지키고 있다. 그 원칙 중 하나는 ESG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산업,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으로 무기, 탄약, 담배, 주류, GMO 등의 비가치재산업, 도박, 성윤리 위반 등의 불건전 서비스, 석탄발전, 셰일에너지 등의 환경파괴산업 등을 투자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다큐는 몇 년 전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던 ‘쥴(JUUL)’의 성공과 비윤리적 마케팅으로 인한 몰락을 다루고 있다. 스탠포드 졸업생인 제임스 몬시스(James Monsees)와 애덤 보웬(Adam Bowen)은 흡연자들의 건강과 삶을 개선한다는 신념으로 ‘전자담배’를 만들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신념과는 반대로 전자담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곳은 없었다. 초기 상품의 기술적 결함으로 새롭게 제품 개발을 시작한 이들은 대형 담배회사인 JTI(일본 담배 인터내셔널)의 투자를 받고, 이후 후속작 쥴(JUUL)의 판매 증진을 위해서 마케팅 전문가 등을 영입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2018년 필립모리스 등의 모회사인 알트리아 그룹이 쥴의 지분을 사들이며 대주주가 되며, 흡연자의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은 거대 담배회사의 투자를 받게 된다.

이들은 기존의 궐련담배와 다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동식 저장장치(USB)처럼 보이도록 상품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과일 맛을 출시하였다. 또 인플루언서를 이용해서 대대적인 SNS홍보를 실시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유행을 선도하는 것처럼 젊은 층을 호도하기 시작한다. 쥴이 인기는 미국의 10대에까지 번지고, 결국 급성으로 니코틴에 중독되는 10대 청소년 피해자들이 속출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쥴의 대응은 기존의 담배회사들이 그동안 담배의 해로움과 중독성을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해왔던 것과 같이 개인의 습관이나 잘못된 사용으로 탓을 돌리기에 급급한다. 무책임한 경영을 지속해온 쥴은 결국 알트리아의 지분 회수, FDA의 판매금지 명령 등으로 그 기업 가치는 하락하고, 실질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까지 가게 되었다. 쥴의 사례는 윤리와 법준수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비즈니스 영위에 가장 근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출처: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