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생산비용,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속에서 식품산업의 공급망은 더욱 복잡해짐에도 불구하고, 내가 섭취하는 음식이 어디서 생산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가공되었는지에 대하여 소비자는 점점 투명한 정보를 요구한다.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패의 맛(Rotten)’은 꿀, 견과류, 마늘, 닭, 우유, 대구 등의 식품 공급망에서의 다양한 유형의 부패를 다루고 있다.
마늘산업을 예로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대 미국에서는 요리 프로그램 덕분에 마늘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마늘의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지면서 값싼 중국산 마늘을 대량으로 수입하게 된다. 중국 산둥성에서는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모든 마늘의 약 90%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저렴한 중국산 마늘이 수입되면서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반덤핑 과세'를 외국기업에 부과한다. 반덤핑 과세란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덤핑혐의가 있는 기업에게 과세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의 ‘하모니 국제 향식료 주식회사’가 매년 1억 달러의 마늘을 미국에 유통하고 있음에도 12년간 과세 적용을 피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과세의 대상은 상무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받아 결정이 된다. 마늘산업은 ‘신선한 마늘생산자 협회(FGPA: Fresh Garlic Producers Association)’에서 미국 마늘업계를 대변하는데, 협회구성을 살펴보면, 미국 최대의 마늘유통회사 ‘크리스토퍼 랜치(Christopher Ranch)’의 영향권에 있고, 크리스토퍼 랜치는 하모니사의 최대 구매업체임이 드러난다.
게다가 중국의 저렴한 깐 마늘은 죄수들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것임이 밝혀진다. 죄수들은 매일 할당된 양의 마늘을 까야 하며, 하루 14~16시간에 이르는 노동을 견뎌야 한다. 더욱이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 속에서 가공된 마늘은 미국 전역으로 유통된다. 미국에서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이 금지되어 있어, 하모니사는 타격을 입는다.
‘부패의 맛’에서는 우리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마늘, 설탕, 꿀 등의 식재료가 유통되는데 불합리한 거래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노동력 착취, 기업간 부정부패 등의 문제를 비판한다. 소재 및 원재료를 생산하는 공급망의 상단(upstream)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소비단계로 오면서 말끔하고 달콤한 상품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기본권과 같은 가장 보편적이고 최소한의 법준수를 위반하였을 때 기업은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EU에서 발효된 공급망 실사 지침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공급망의 환경, 안전, 인권 현황을 관리감독해야 함을 의무화한다. 이러한 법은 부패를 방지하고, 인권과 환경침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폭넓어지는 책임의 범위를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미지출처: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