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돋보기
지멘스 : “단기적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지 않겠다”는 청렴윤리경영 실천기업

2006년 거대한 부패사건이 발생한 기업에서 2017년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오르기까지 지멘스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지금의 지멘스는 청렴윤리경영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우수기업이 되었다.

지멘스는 2001~2004년 러시아,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에서 뇌물을 제공하였으며 2004년에는 아테네올림픽의 보안시스템 설치 계약 건을 수주하기 위해 그리스 내무부와 국방부에도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하여 당시 경영진은 퇴진했고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으로 미국과 독일 정부에 10억 유로의 벌금을 내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은 거대 부패사건이 발생했던 기업이 청렴윤리경영의 모범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 중심에는 바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있다. 지멘스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였다. 지멘스는 내부 실천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연계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09년부터 지멘스 청렴성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청렴경영과 부패 척결에 앞장서는 세계 비영리기관을 지원하고, 과거 부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부패사건 이후 지멘스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멘스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크게 ‘예방-감지-대응’의 3단계로 이루어지며, 여기에 또 다른 중요 요소로 경영진의 반부패 의지와 지속적 개선이 덧붙는다.

지멘스는 조직적 부패행위의 핵심 원인을 청렴윤리경영 문화 조성의 실패로 지목하고 경영진의 반부패 의지에 대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노력했다. 2007년 그룹이사회 감독기관, 그룹법률고문단, 그룹준법감시인, 그룹내부감시인 등을 신규로 임명하고 청렴윤리문화 조성 의지를 천명하였다.

예방 단계에서는 구성원들의 국내 · 외 준법 이슈 숙지와 윤리경영 인식 강화를 위해 사업행동지침서(Business Conduct Guidelines)를 제시하고 있으며, 2007년 이후부터 전 세계 3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실시하였다. 지멘스 교육프로그램의 특징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른 직원들을 재교육하게 한다는 점인데, 이러한 운영방식을 통해 구성원들이 교육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숙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경영진 평가 항목에 준법 관련 항목을 신설하여 이를 잘 이행하는 지멘스의 경영진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지멘스만의 교육프로그램 및 인센티브 제도 운영 등을 통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였다.

감지 단계는 부패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신고 시스템 ‘Tell us’를 운영하여 준법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언어로 24시간 운영되며,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임직원 등의 외부인들까지도 신고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대응 단계의 핵심은 부패행위를 밝히려는 직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부패행위를 밝히려는 직원들에게 손해배상이나 일방적인 해고를 면제함으로써 부패행위를 밝히는 데 효과적인 정보를 얻고 있다.

지멘스는 컴플라이언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검토 ·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준법조직이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롭게 부각되는 이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 · 운영하고 있다.

한편, 지멘스는 협력업체에도 윤리강령 준수를 요구하고 준수 여부를 감찰하고 있다. 협력업체를 위한 지멘스의 행동강령은 UNGC의 10대 원칙에 기반하며, ‘법규준수, 부패 및 뇌물 금지, 직원의 기본인권 존중, 아동근로금지, 환경보호, 직원의 건강 및 안전, 공급체인 관리’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지멘스의 사례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는 컴플라이언스 구축을 시작으로 조직 전체에 뿌리내린 청렴윤리경영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도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지만, 아직은 컴플라이언스를 단지 의무사항을 지키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지멘스의 사례처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성이 높은 만큼 이를 통해 부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청렴윤리경영을 위한 기준을 수립하고, 이행상황을 확인하며, 정기적 점검을 통해 기준을 개선하는 환류의 연속적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 안에서 기업 활동을 수행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생태계 구축에는 물론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기업 구성원들 스스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며 조직 전체에 내재화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멘스의 사례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면, 해당 프로그램의 도입과 이행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