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매장에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젖은 빨대에서 종이 맛이 나 커피 맛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방침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것은 대중들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객 불만족과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정책을 추진 중인 스타벅스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몇몇 기업이 전 세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듯, 환경 문제는 인류 전체가 함께 극복해야 할 위기다. 이와 같이 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범지구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수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는 2015년에 채택되어 2030년까지 시행되는 UN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로,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SDGs의 17가지 주요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 중, 빈곤, 보건, 양성평등, 포용적 사회 및 제도, 책임 있는 생산 및 소비 양식 등의 주제는 공정성, 합리성 및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윤리경영과도 깊게 연계될 수 있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빈곤(목표 1),건강·복지(목표 3), 양성평등(목표 5), 책임 있는 생산 양식(목표 12)을 중심으로 SDGs 달성을 기업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국내외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네슬레는 스위스 계열의 글로벌 식음료 기업이다.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격인 네스카페를 비롯해 킷캣, 네스퀵 등이 유명하다. 해외시장 매출이 총매출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네슬레는 현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상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중 2010년 아프리카에서 실시한 농촌 개발 프로그램인 ‘네스카페 플랜’은 국제학회 및 포럼 등에서 여러 번 언급된 지속가능경영의 교과서적인 사례다. 네슬레는 아프리카 공급기지의 농민 50여만 명에게 빈곤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는 기업의 일방적인 기부 활동과 단순한 수혜와는 다르다. 네슬레 또한 농민들에게 양질의 생산물을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가난한 농부와 실업자 5천여 명에게 네스카페 커피를 싣고 나를 수 있는 붉은색 카트를 제공했다. 카트를 받은 사람들은 주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맛에 대한 평가를 수집했다. 광고비용을 쓰는 대신 제품홍보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피드백도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네슬레의 네스카페 플랜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SDGs 목표 1 의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빈곤 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세계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빈곤 완화가 자사의 비즈니스와 관련이 적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과 빈곤 문제는 밀접하게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생산기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네슬레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참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산 중 공업은 원자 력, 화력 등의 발전설비, 해수담수화 및 운반설비를 제작하여 공급하는 종합발전 설비 및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진출해 있는 국가들의 사회적 니즈를 분석한 두산중공업은 베트남과 인도의 취약한 의료 인프라에 주목했다. 베트남에서는 같은 두산그룹 계열인 중앙대 병원과 협력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봉사를 전개했고, 인도에서는 헬스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2천여 명의 소외계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진단과 필수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질병예방과 치료확대라는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실천, 세계 보건수준향상에 기여한 것이다.
또한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기술이라는 자사의 기업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전 세계 물 부족 지역에 수자원을 공급하여, 해당 지역의 복지를 증진하겠다는 목표도 실천하고 있다. 사우디 얀부의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완공하였으며 이를 통해 하루 18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55만 톤의 담수 생산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수처리 기술 탈황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수주하는 등 지속적인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를 통해 건강한 삶의 보장과 복지증진이라는 SDG 목표 3을 추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으로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모레퍼시픽 등의 자회사로 이루어져 있다. 여성과 함께 성장해 온 아모레피시픽은 여성의 삶을 아름답게 하겠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7년에는 '20 by 20’ Commitment를 발표, 2020년까지 20만 여성의 건강과 경제적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유방 건강을 비롯해 여성들의 보건 습관 고취를 목표로 하는 ‘핑크리본 캠페인’, 암 치료 과정에서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심적 고통을 겪는 여성 암 환자들에게 뷰티 노하우를 전수하는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한 부모 여성의 자립을 위한 창업 대출 ‘희망가게’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2013년에 시작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간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기술 및 멘토링을 제공, 향후 메이크업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아모레퍼시픽의 활동은 SDG 목표 5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양성평등과 여성 권익 신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전자는 TV, 노트북, 휴대폰 및 가전제품 전 분야에 걸쳐 기술력을 인정받은 글로벌 제조회사다. 원자재 조달, 제조, 유통,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 주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다. 이미 2014년에 설비 운영효율 향상, 고효율 설비 투자 등을 실시하여 2008년 대비 18.4톤을 감축했다. 또한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최소화, 분리배출, 재활용성 증대, 처리 단계에서의 친환경적인 처리 등을 통해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 2020년까지 전사 재활용률 90%를 목표로 지속해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해나갈 계획이다.
제품 주기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폐가전제품의 회수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LG베스트샵 매장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문가가 직접 방문, 수거해준다. 이렇게 2017년까지 누적된 폐가전 회수 처리량은 205만 톤에 달한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누적 회수량 450만 톤을 목표로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LG전자와 거래하는 재활용업체의 불법 매립 소각 및 개발도상국 수출 금지 등 구체적인 실천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패턴 보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주기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우리 정부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인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공공기관 및 공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경영방침과 전략에 반영하고, 민간 기업들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국내 상황에 최적화된 목표인 만큼 효과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전 세계는 기업들의 공급망과 유통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각 기업의 경영활동은 재무적 이익 창출을 넘어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숙지와 비즈니스와의 연계, 진정성을 가진 실천이 절실한 이유다.
참고 -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2019), 「SDGs 달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여정 – 2019 우수이행 기업 사례집」
http://www.lgblog.co.kr/lg/csr/35486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604018002
(그 외 보다 상세한 참고 사이트 및 문헌은 한글파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