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4일 그리스 검찰은 뇌물제공혐의로 아테네에 위치한 노바티스 사무실을 급습하여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1년간 4건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지역 언론의 보도를 계기로 뇌물제공혐의에 관한 조사가 시작됐고, 새해 첫 날 노바티스 전 매니저가 검찰 조사 후 호텔에서 투신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해프닝이 발생하자 그리스 법무장관은 전격적으로 그리스 노바티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수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의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 Pharma)’는 그리스 현지 언론(ANA-MPA) 보도를 인용하며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라 미국도 그리스에서 벌어진 노바티스의 뇌물제공 혐의를 조사 중이며 그리스 검찰이 미국 정부에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2016년 8월 한국 노바티스의 26억 원대 리베이트가 적발되어 임원진 6명이 뇌물제공 혐의로 조사받고 기소된 상태이다. 또한 터키에서도 2016년 3월 모 컨설팅업체를 활용하여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주고 공공병원 치료약 목록에 자사제품을 올리는 수법으로 8,500만 달러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되면서 당국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위법행위가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2005년부터 미국 노바티스는 환자들에게 자사약품을 추천하면 리베이트를 주는 방식으로 기업형 약국체인 바이오스크립에 뇌물을 제공하여 연방 및 주정부 그리고 환자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2015년 제소되어 3억 90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하였다. 또한 2016년 노바티스 중국법인도 2009~2013년 의약품 판촉을 위해 보건공무원과 의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2,5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한국 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적발에 관해 글로벌 로바티스 본사가 밝힌 공식입장은 조직적인 위법행위를 감추고 꼬리 자르기로 위기를 넘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의 일부 직원들이 의학전문지를 통해 소규모 의학 미팅 등을 진행함으로써 규정을 위반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나, 경영진의 용인 하에 이러한 행위가 이뤄졌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한편 한국 노바티스 전·현직 임원과 의학전문지 대표 등이 연루된 법정공방이 2016년 9월부터 장기화 되고 있고 리베이트 제공의 실질적 주체가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6년 12월 테바는 2007~2013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멕시코에서 제약사업 관련 뇌물수수로 FCPA를 위반하여 벌금 5억 2천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다. 이는 FCPA를 위반한 제약회사에 부과한 최대의 벌금액이다. 테바는 혐의를 인정하고 2억 8320만 달러의 벌금 납부, 최소 3년 이상 감시상태 유지 등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대신 미 법무부가 기소를 연기하는 기소유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 자회사의 위법행위에 따른 부당이익 반환을 위해 미국 SEC에 2억 36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테바 비고드먼 사장은 이러한 위법행위들이 유감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라며 이미 몇 해 전 이 관행들이 중단됐음을 강조했다. 한편, 대주주인 Ra'bcca Technologies는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주주 소송을 제기하였다.
미국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테바의 경영진과 러시아 사업부 임직원들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코파손(Copaxone)의 러시아 정부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해외 고위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한다. 매수된 관리는 2010~2012년 6,500만 달러의 해당약품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러한 공무원 매수행위가 우크라이나에서 2001~2011년 테바의 의약품 승인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16년 8월 노바티스 한국지사의 26억 원대 리베이트 적발사건을 비롯하여 9월 제약사로부터 3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의사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1월 2일에도 부산 동부지검이 성형용 의약품으로 급성장한 중견제약사 휴온스 본사를 압수 수색한 데 이어 3일에는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된 LG생명과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는 2016년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평가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A씨가 근무하는 대학병원과 자택 압수수색에 이은 조치다.
약제평가심의위원회는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할지를 결정하는 의견서를 내는 곳으로 제약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이다. 위원회에는 약학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데 이들이 제약사들의 로비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밀리에 이들을 위원으로 선정하고 있다. 검찰은 A씨 압수수색 과정에서 몇몇 제약사가 A씨에게 금품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포착해 제약사를 상대로 수사에 나선 것이다. 부산 동부지검은 앞서 부산 모 병원장이 C제약사로부터 비급여 전문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1억여 원을 수수한 사건 등 리베이트가 의심되는 병원 및 제약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노바티스 코리아의 대규모 리베이트가 시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사건으로 제약업계는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가 만연한 곳으로 인식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제약업계는 2∼3세 경영인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 경영인들이 ‘변화와 혁신’,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강화’를 올해의 화두로 내세우며 질적 도약을 다짐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의 특성상 경영권 상실이 두려운 제약업체는 M&A에 오히려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내 주요 제약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을 다 합쳐도 세계 1위 제약사 노바티스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즉,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로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작은 상황에서 제살깎기 경쟁은 오히려 리베이트 관행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제약업체와 의료계의 리베이트수수관행이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쌍벌제 처벌이 구체화되고 있다. 2016년 9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금전, 물품, 편익, 향응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 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법 리베이트가 감소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당근과 채찍’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시장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의약품산업의 도매유통업이 2000년 약 550개에서 2014년 말 현재 2,000개 이상으로 약 4배 정도 급증했으며 연쇄부도사태의 홍역도 겪고 있다. 이러한 경쟁과열은 적자까지도 감내하는 약값 덤핑과 불법 리베이트 판촉 등을 촉발시켜 제약업체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소비자의 편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유통구조가 합리화 되도록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둘째, 불법 리베이트에 관한 법적 규제 및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미 연방 킥백(Kickback)금지법에 따르면 금지된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수수하거나 제공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장사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에 높은 합의금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위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높은 벌금을 물게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약제평가심의위원의 선정과정과 의사결정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모든 회의 자료의 공개와 전혀 관련 없는 2인 1조 형식의 의사결정과정의 도입은 투명성을 높여 부정부패 싹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선별된 심의위원의 심의보수를 증액시켜 평가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M&A가 좀 더 활성화되고 의약품 개발의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R&D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역시 M&A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현재 시장규모로는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는 국내외 연구소와 긴밀한 연구관계를 통해 신약과 대체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제약업체의 윤리경영은 제약회사가 더 좋은 신약 개발과 투명한 유통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단순한 이윤추구가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기본가치를 따를 때 업계문화로 자연스레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