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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4월호

사례돋보기

이해와 이해 사이

기업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다양한 관계를 구축하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기업 내에선 임원과 직원 사이, 임직원 개인과 회사라는 조직 사이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으며, 기업 외부의 고객이나 협력사, 사회까지 고려한다면 이해관계의 상충은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어떤 이해관계를 우선해야 하는 것일까?

채용 특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의 초안에는 부정청탁, 금품수수와 함께 이해충돌방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자녀를 특채하는 것과 같은 공직자의 권위를 이용한 사익추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
낙하산 인사

2016년,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자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변에 부모님께 취업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여기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무려 57%. 대부분은 대기업 임원 출신 부모님이 본사나 협력사의 일자리를 알선해주거나 고위공직자인 부모님이 면접특혜를 준 경우였다. 흔히 말하는 낙하산의 문제는 취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입사한 후 개인의 능력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다’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들에 대한 대우나 평가, 승진 등에서도 지속적인 특혜가 주어진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다른 취업포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84.6%가 낙하산 직원은 회사 생활에서도 특혜를 받고 있다고 답하였고, 61.1%는 낙하산 직원으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하였다.

내부자 거래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 또는 경쟁사의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접하는 정보 중에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려지는 순간부터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뻔히 보이는 정보가 있기도 하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단시간에 큰 이익을 볼 수는 있지만, 회사의 주주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라자라트남 사건

스리랑카 출신의 라자라트남은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1991년 니담앤코의 회장직을 역임했고, 1996년에는 갤럭시온이란 헤지펀드 회사를 설립해 막대한 부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2006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분기당 수익과 같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구글, IBM 등 대형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그의 주식투자는 수년 동안 이어졌다. 결국 2008년 검찰의 도청기법 수사로 그의 혐의는 만천하에 드러났고, 2009년 10월 라자라트남은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인쇄업자의 내부자 거래
인쇄업자의 내부자 거래

뉴욕의 Pandick Press에서 일하는 인쇄공 치아렐라(Chiarella)는 기업매수 관련 자료를 인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자료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A사가 B사에게 매각되고, C사와 D사의 인수합병이 진행된다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물론 회사의 이름은 모두 가려져 있었지만, 치아렐라는 문맥을 통해 대상기업을 추측해 주식을 매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공개매수가 공표되어 주식을 팔았다. 이렇게 얻은 이익이 14개월 동안 3만 불에 달했다. 연방대법원은 치아렐라가 기업의 내부자가 아니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연방항소법원은 정보가 불균형한 상태에서 거래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을 이유로 치아렐라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해충돌방지를 위하여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도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듯 몇 가지의 규정만으로는 이를 방지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이를 구체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규제하고 있으며, 돌발적인 상황이나 딜레마 상황에 대비하여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해상충 대비를 위한 규정

월마트는 퇴직직원이 동일 지역의 업체에서 근무하여 이해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해당 업체와 2년간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나아가 퇴직임원이 근무하는 업체와는 1년간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GE의 경우, 이해관계 상충을 규정위반으로 두고 있진 않지만 상충 사실을 보고하지 않는 것은 규정위반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이미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금품수수 및 제공을 제재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물이나 식사는 회사에 신고하거나 상사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조금품의 경우 자사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까지도 이해상충으로 인한 딜레마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조사 통지를 금지하고 경조금품의 범위를 규정해두는 경우가 많다. 경조금의 상한액을 5만 원으로 보는 경우와 10만 원으로 보는 경우, 경조금품의 범위에 화환을 포함하는 경우와 별도로 보는 경우 등 규정은 회사마다 다르다.
주식거래 역시 이해충돌과 관련한 주요 이슈 중 하나다. 따라서 협력사 임직원과의 공동투자는 물론 회사와 거래중인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투자를 아예 금지하는 기업도 많다. 공동투자 실패로 채무불이행과 같은 문제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등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고객을 위한 선택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 한 홀푸드 마켓

2007년 12월, 하트포드 신문(Hartford Courant)에 제보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신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해준 홀푸드마켓에게 감사하며 그들에게 빚진 70달러를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제보자가 코네티컷 주 웨스트하트포드에 있는 홀푸드마켓에 방문한 것은 12월 13일 오후였다. 홀푸드마켓을 찾은 고객들은 각자 필요한 제품을 담아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도무지 계산대의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오류로 계산대가 멈춘 것이다.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심지어 밖에는 세찬 눈보라가 치고 있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은 더욱 조급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매장을 관리하던 테드 도노휴 부팀장은 팀원들과 상의하여 파격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계산대가 정상화 될 때까지 돈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매장 팀장도, 본사 경영진의 허가도 구하지 않은 순간적인 결정이었다.
“우리의 잘못으로 불편을 드리고 소중한 시간까지 빼앗았으니 손님들께서 고르신 물건들은 모두 공짜로 가져가십시오. 그래도 꼭 물건 값을 치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그 돈은 자선단체에 기부해주십시오.”
계산 담당 직원들은 계산대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고객들이 고른 제품을 봉투에 담아주며 눈보라가 심하니 조심해서 돌아가라는 염려의 말을 더했다. 계산대는 30분이 지나서야 복구되었고, 그 사이 4천 달러 가량의 식료품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하지만 테드 부팀장은 누구의 질책도 받지 않았다. 킴벌리 홀 팀장은 후에 자신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계산대 오류로 고객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회사 역시 자신들이 고객을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 신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해관계의 충돌은 규정위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규정의 강화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임직원 개개인에게 장기적으로 바라보도록 주지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당장의 사익만 볼 것이 아니라 1년 후, 3년 후의 나와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해관계자가 우리 회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대부분의 이해충돌을 해소할 수 있다. 기업에겐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윤리경영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 가운데서 어떻게 중심을 잡을 것인지 고민해본다면 어떠한 이해충돌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돈 착하게 벌수는 없는가』 존 매키·라젠드라 시소디어 지음, 흐름출판
  • 내부자거래 관련 주요 판례의 동향 및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규정, 두호철
  • 內部子法來에 관한 硏究 : 不正去來行爲와의 關係를 中心으로 =
           A study on the intrinsic nature of insider trading : spanfocusing on the relation with information based market manipulation, 김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