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목해야 하는 글로벌 반부패 움직임은 오는 10월 22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부패방지회의(IACC, International Anti-Corruption Conference)에서 발표될, 기업 부문의 공동행동(Collective Action)에 맞춰져 있다. 세계적인 반부패 운동은 유엔글로벌컴팩트, 유엔반부패협약, OECD 뇌물방지협약 등으로 이어져 왔으며,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뇌물방지 기업경영원칙과 공기업 부패방지 10가지 경영원칙 등의 구체적인 활동이 진행되어 왔다. 이번 18차 IACC에서는 그간 이루어진 국제적인 논의와 결의가 행동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함께 행동하고 나서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부패를 추방하는 일, 특히 기업부문의 부패 추방을 위해서는 기업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반부패 국제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슈이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부패방지를 위한 노력이 사후적인 대응보다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ABMS, Anti-Bribery Management System)에서는 뇌물(부패)이 조직과 개인에게 미칠 치명적인 위험과 손실을 막기 위한 예방적인 조치가 사후 처리에 드는 비용보다 더 저렴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을 비롯한 조직의 뇌물(부패)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과 효과적인 정책 실행을 다루고 있는 것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이다. ISO 37001이 그간의 국제적인 노력과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향은 비단 ISO 37001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에서는 기업의 컴플라이언스가 당국의 기소나 양형에 중요한 사유로 작용하고 있으며,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이라고 하는 영국의 뇌물수수법(UK Bribery Act)에서는 기업의 뇌물을 막기 위한 노력에 따라 기업의 항변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의 뇌물을 막기 위한 조직 내부의 노력을 평가하여 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거나 책임을 감경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제 규모 대비 여러 가지 사회지표는 부끄러운 수준에 있는 경우가 많다. 부패 방지 영역도 그러하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17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한국은 50위권으로 매우 저조한 수준에 있다. 경제 규모에 비해서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반부패 영역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의 기업들은 부패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움직임에 둔감한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점에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필자가 이해하는 범위에서 보면, 대기업의 실무선에서는 국제적인 반부패 동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무선에서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들이 반부패 활동에 뒤처져 있는 이유는 최고경영층의 무관심에 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패문제는 국가 경쟁력과 기업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동향에 앞서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국가와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 여기에 이미 답이 다 나와 있다. 수많은 국제적인 논의가 있고 한국 정부가 참여하여 결의한 수많은 가이드와 협약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형식적인 모양만 갖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가이드나 협약이 가지고 있는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여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은 자발적인 예방적 조치,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공동 대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