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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9년
02월호

사례돋보기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불안 요소 중 1위는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이었다. 북핵 등 북한의 위협은 7위에 그쳤다. 중국과 호주 공동연구팀은 동아시아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았다. 미국 연방기관들도 기후변화에 대한 합동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뚜렷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5도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국 내 경제적 손실은 매년 수천 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며 무더위로 인한 미남동부 지역의 노동시간 손실이 2100년까지 연간 5억 시간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처럼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협은 기업의 협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가 경영활동에서 상당 부분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향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기후변화 이슈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

기후변화 위기가 대두된 이후 초국가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파리 기후협정, 교토의정서 등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시스템과 규약을 만들어 보려는 여러 국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와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기업들은 대내외적인 이미지 제고는 물론 원가 절감에 성공하기도 했다.

포스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에너지 절감

철강, 조선, 자동차 등의중공업은 굴뚝산업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굴뚝들이 연기를 내뿜는 공장단지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굴뚝산업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금속 등을 가공하는 공정에 투입되는 화석 연료가 산화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대거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석탄은 여전히 철강 산업의 주요 원자재다. 그만한 경제성을 가진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관련 기업으로서는, 석탄 사용량의 절감이 경제적으로도, 대외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철강 기업 포스코는 이미 90년대 말부터 다양한 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6년에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기관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로부터 전 세계 14개 철강사 중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며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는 폐열 활용 기술개발, 기존 용광로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쇳물 제조원가도 낮은 자체 첨단 기술 상용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더불어 조업에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로 충당하며 남는 부생가스는 자가발전에 활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력량을 대폭 낮춤으로써 포스코의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렇듯 중공업 등 에너지 집약 산업에 기후변화 대책은 경영전략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업의 기후변화대응은 범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감축을 강제하는 제도와 정책도 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비용 상승은 물론, 경쟁력 약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포스코의 온실가스 저감 대책 및 투자는 원가 절감과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도 선제적인 대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케아, 일관된 가치관 추진으로 에너지 절감

백열전구는 가장 널리 쓰이던 가정용 전기 조명이다. 이러한 백열전구의 치명적인 단점은 낮은 에너지 효율성이다. 무려 95%의 전력이 열로 방출되어 버려지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한 형광등도 에너지 낭비를 크게 줄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LED 조명의 전력 사용량은 일반 백열등의 10%, 형광등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수명 또한 백열등의 수십 배인 약 4만 시간에 이른다. LED 조명 사용으로 엄청난 전력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는 지난해 9월,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조명을 LED 조명으로 전환했다. ‘많은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일상을 창조하라’는 기업 모토를 에너지 절감을 통한 환경보존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5억 개의 LED 전구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일 5억 개의 LED 조명이 현재의 백열전구를 대체한다면, 파리와 런던에 거주하는 모든 가정의 연간 전력 사용량만큼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전구 수명 기간 동안 절약되는 탄소 배출 절감 효과는 무려 8000만 톤에 이른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이케아의 성공비결은 가치관에 기반을 둔 경영이다. 심플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 우수한 품질로 대표되는 이케아의 핵심 전략도 ‘더 나은 일상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기업가치의 실현에서 나왔다. LED 조명 도입 또한 마찬가지다. 이케아의 꾸준한 성장을 견인하는 힘은 지속가능경영과 환경보존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후변화 이슈로 위기에 빠진 기업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의 책임을 지라며 피소를 당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기업을 상대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송은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패소할 경우 금전적 손실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미국 5대 정유기업, 뉴욕시로부터 피소

2018년 1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은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정유업계에 투자한 50억 달러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환경을 오염시켜 기후변화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미국 제 1도시인 뉴욕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그 상징성과 무게감이 남다르다.

지난 10월, 뉴욕 사법당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비용을 왜곡한 혐의로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을 고소하기도 했다. 뉴욕주 검찰총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재정적 위험성과 탄소비용 산출 등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측은 향후 엑손모빌이 기후변화 관련 비용을 왜곡하지 않을 것과 진실을 알릴 것을 요구하고 손해배상 및 배상금도 청구했다. 환경운동가들 역시 엑손모빌이 에너지 회사인 만큼 더 깨끗해야 한다며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야 할 이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위와 같은 뉴욕시의 결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온난화가 재난 수준의 캘리포니아 산불과, 북극의 제트기류 약화로 인한 기록적인 한파를 불러오면서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뉴욕시에 친환경 도시로 거듭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 온 결과다. 한편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조율된다면 다시 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지금, 미국이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독일 대기업, 페루의 농민으로 부터 피소

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특정 도시나 개별 국가의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 피해 또한 초국가적으로 발생한다. 모 국가의 중공업 단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반대편 국가의 이상 기온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들 사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유의미한 책임 공방은 없었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이 많은 부국이, 이에 대한 피해는 빈국이 받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의미 있는 선례가 생겼다. 페루 안데스 고산마을에 사는 농민이 1만 킬로미터 떨어진 독일의 에너지 기업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독일의 법원은 이 주장이 타당하다며 조사에 착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페루의 농민 사울 루치아노 릴루야는 독일의 에너지 대기업 RWE를 상대로 “당신네 회사가 뿜어낸 온실가스로 빙하가 녹아 우리 동네가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며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쓴 6천 4백 유로(약 830만 원)와 앞으로 들어갈 비용 1만 7천 유로(약 2200만 원)를 청구했다. 법원의 문턱을 넘은 소송은 본격적인 증거 조사에 들어갔다. 여러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이 소송은 피해자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자 나라가 일으킨 기후변화 피해를 가난한 나라가 감당해야 하는 기후 불평등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당장의 재난

지난해 7월과 8월 정부는 한시적으로 누진세를 완화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긴급 대책이었다.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2월, 호주는 49.3도를 기록하면서 1999년 기상관측소 설비 이래 약 20년 만에 최고 기온을 찍었다. 폭염, 산불, 쓰나미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재난의 수준은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인 온실가스 발생량은 곧 화석 연료의 사용과 비례한다. 이것은 산업화가 낳은 풍요와 편리함과도 연결되어 있다. 여러 기업들과 각국 정부들이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 힘쓰고 있지만, 편리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의 상용화는 아직 갈길이 멀다. 범지구적인 협약, 기업들의 노력, 더불어 세계 시민들의 친환경 제품 소비와 에너지 절감 노력이 전부 다 요구되는 이유다. 기후변화 대응은 기업, 정부, 사회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인류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