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은 철강 산업과 함께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산업이다. 제조공정에 경제성이 좋은 화석 연료가 주로 투입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환경보호 기조가 강화되는 시장의 분위기에 난처해하는 대표적인 업종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국적 화학기업 듀폰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환경경영을 표방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담조직도 운영한다. 국제 환경 기구들의 규약에 적극 협조하며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통해 재무적 성과까지 내고 있다.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경제 내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미래 시장에서 친환경 기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듀폰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1955년부터 해마다 발표해 온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기업이다. 1802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듀폰이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며 혁신을 거듭해온 데 있다. 최근에는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정책과 신재생에너지를 연구, 개발하여 제조공정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저탄소 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현대 석유화학의 역사를 써내려간 듀폰의 경영철학이 처음부터 친환경 기조였던 것은 아니다. 화약제조로 군수품을 생산, 납품하며 사업을 시작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그 유명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꿈의 섬유라 불린 나일론을, 1930년대에는 당시 혁명이었던 프레온 가스를 선보였다.
듀폰이 친환경 경영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은 90년대 이후 여러 환경 관련 분쟁에 휘말리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1990년 미국 환경보호청은 6,500만 달러를 들여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의 듀폰 폐기물 매립지를 회복시키라고 명령했다. 듀폰사의 화학성분 폐기물질이 근처 지하수를 오염시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2001년에는 가장 잘 팔리던 농약, 벤레이트의 판매를 중단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임신 초기 노출되었을 경우 선천성 안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듀폰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정했지만 거듭되는 민사소송과 기업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2004년 듀폰은 주력 사업이던 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대대적인 업종 전환을 단행했다. 화학 기업에서 생명공학, 산업소재, 전자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 과학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본격적인 친환경 경영을 펼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에너지 감축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고 총 에너지 소비량을 90년대 수준으로 유지, 2005년에서 2006년 동안 6천만 달러 상당의 연료와 전력을 저감했다. 2005년부터 2007년 동안에는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로 작동하는 증기보일러 설비를 구축해 화석 연료 사용을 4% 감축했다. 이를 통해 매년 약 1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펴내는 학술지 MIT SMR(Sloan Management Review)은 지속가능경영의 사례로 듀폰이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한 사업 보고서의 일부를 소개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 매출이 2007년에는 1억 달러였으나 2012년에는 20억 달러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품 매출은 두 배로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친환경 경영정책이 듀폰의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또한 에너지 감축 정책으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총 60억 달러 상당의 원가를 절감했는데, 2010년 듀폰의 순이익이 약 30억 달러인 것을 보면 에너지 절감 노력이 재무적 성과 달성에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1930년 듀폰이 선보인 프레온 가스는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안전한 냉동 방법의 보편화로 인해 식중독과 설사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실온에 방치하면 일주일만 지나도 효력이 없어지는 백신의 냉동 보관은 가히 혁신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프레온 가스는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원흉이 되었다. 듀폰은 안전하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기존 냉매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4세대 신냉매를 출시, 이미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옥수수잎 같은 농작물 폐기물로 가솔린을 사용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일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의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나아가 영국의 다국적 석유기업인 BP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생물을 이용해 휘발유와 혼합하기 가장 이상적인 알코올이라고 알려진 부탄올 제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휘발유의 90%에 달해 현재의 차량 내연기관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부탄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듀폰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 기조를 미리 내다보고 관련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환경 문제로 인한 사업적 어려움을 오히려 제품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세계기상기구는 2018년의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4위로 높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고치를 기록했고, 북극의 해빙 면적 역시 1년 내내 평년보다 적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의 환경 관련 규제 또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제성과 친환경 요소를 모두 갖춘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 또한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기업의 장기적인 목표는 기후변화를 늦추고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쉽게 해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다. 따라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게 필요해진 이유다.
경제성과 친환경 요소를 둘 다 챙겨야 하는 기후 대응은 분명히 기업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혁신은 사업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혁신에 성공할 때 시장에서의 성공은 물론, 안전하고 깨끗한 지구에 대한 희망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유희춘의 일기에 따르면 조선 관료들의 출퇴근시간은 탄력적이었다. 새벽 4시경, 6시경, 조식 후 등 출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퇴근도 저녁 10시, 저녁 9시, 중식 후 등 유동적이었다. ‘일이 없어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는 기록으로 유추해보면 업무량에 따라 휴무도 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관료에게 가족 부양이란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것과 동일한 일이었다. 유희춘 역시 생필품 출납과 손님 접대, 노비 관리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인사 하러 온 사망한 동료의 첩에게 쌀을 주어 보냈다거나 현감이 신발과 생선 등을 보내왔다는 기록도 있다. 생필품 관리는 관직에 있지 않았던 양반, 오희문의 일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살림살이를 살피는 것은 조선시대 양반들의 공통적인 과업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