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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9년
03월호


윤리연구소 - 인사이트+

전략적 사회공헌: 호텔신라, ‘맛있는 제주 만들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물품 기부, 장학금 지원 같은 후원 사업으로 시작해 점차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지속적이면서 상호발전적인 형태의 사회공헌 모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영세 식당을 컨설팅해 주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유능한 외식사업가가 재능기부 형태로 영세한 식당 주인들에게 경영 노하우와 요리법을 전수하여 식당의 지속가능성을 견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식당 주인들이 습득한 경영 노하우는 TV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기업들은 이 TV 프로그램이 전국적인 인기를 끄는 배경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사회가 원하는 사회 공헌의 형태는 바로 이러한 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와의 연계성에 있기 때문이다.


호텔 신라의 제주 영세식당 컨설팅

이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는 영세식당 컨설팅을 5년째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호텔신라다.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식당에 호텔신라 소속 요리사, 상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팀이 각종 지원을 해 주는 사업이다. 호텔이 보유한 메뉴, 경영 노하우도 전달해 영세 상인의 자립을 돕는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전략적 사회공헌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지역 방송사 등 지역사회와도 연계

호텔신라는 ‘맛있는 제주 만들기’를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역 방송사 등 지역사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관광 제주의 음식문화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리법 개발, 손님 응대를 비롯한 서비스 교육은 물론 주방 시설물도 전면 교체해준다. 2018년 12월, 21호점이 문을 열었고 22호점이 선정돼 컨설팅에 들어갔다. 22호점으로 선정된 서귀포시의 남원 분식은 떡볶이, 라면, 김밥 등 분식을 파는 식당으로, 영업 면적이 9평에 불과하다. 역대 선정 식당 중 가장 작은 규모다. 호텔신라는 식당 주인과의 면담과 주변 상권 조사를 통해 메뉴 개발과 서비스 교육을 거쳐 올해 2월 중 재개장할 계획에 있다.

사업 성과와 사회적 가치의 선순환

‘맛있는 제주 만들기’의 성과는 취지 못지않게 훌륭하다. 컨설팅을 받은 식당들은 재개장 후일 매출이 평균 4~5배 증가했으며 꾸준히 매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식당 주인들은 봉사활동 모임을 통해 매년 이불 기증, 쌀 기증, 독거노인 대상 무료 급식 제공 등 다양한 불우이웃돕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호텔신라 역시 이러한 식당 주인들의 활동에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금을 보태고 있다. 호텔신라에서 시작한 영세 자영업자 살리기가 관광 제주 발전에 일조하고 소외계층에게도 온기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업 성과와 사회적 가치의 선순환을 목격할 수 있다.

상생을 추구해야 할 때

여행업계에서 중요한 지표는 재방문율이다.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되기 위해서는 외식업체들의 서비스 품질 향상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관광지의 많은 식당이 만족할 만한 요리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 불만족한 여행객들은 다시 찾아오지 않고 관광지는 그 생명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영업자를 돕고 관광 제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면 자연히 다시 찾는 여행객도 늘어난다. 호텔신라에 투숙하는 고객들도 증가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비즈니스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근시안적인 안목에서 벗어나 자사의 비즈니스를 연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공헌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하는 사회공헌, 지속가능한 전략적 사회공헌의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역사 속 사례
중국의 거상, 진상 진나라 상인을 뜻하는 진상(晉商)은 중국 최초이자 최고의 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산시성 지역에서 출현해 소금 호수인 함수호를 성장의 발판 삼아, 소금 상인으로 성장했다. 이후에는 북방 국경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남쪽의 차를 러시아에 중개하는 사업으로 더욱 번창해 나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진상이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부자의 유효한 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는 뛰어난 경영기법과 막대한 재산 때문만이 아니다. 진상 중 최고의 가문으로 평가받는 상씨 가문의 상씨는 1838년 팔순 생일을 맞아 아들이 잔치를 열려고 하자 ‘흉년을 만나 곡물 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느냐’며 ‘손님을 초대해 하루 잔치를 벌이느니 겨울 석 달 동안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는 편이 좋겠다’며 마다했다. 또한 상씨 가문은 무료 교육기관과 학교를 세우고 수리 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익사업에 앞장서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창업과 주식투자 열풍과 함께 진상의 철학도 재조명받았다. 시대는 변했지만 상생하는 기업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여전한 것이다. 오늘날의 기업들 또한 진상이 보여준 공존의 가치와 신용의 철학을 지켜나갈 때 진상과 같이 번성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