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젠더와 기업
유보미
Sopoong 심사역‧액셀러레이팅 매니저
Q
오늘날 우리 사회 내 주요 젠더 이슈는 무엇인가요?
A

지난 2018년 4월 선고된 성희롱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는 성범죄 사건 심리 시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서 ‘성 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성 인지 감수성(젠더 감수성)이란 성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적인 요소와 불균형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민감성을 말하며, 나아가 성 평등 의식을 갖고 이러한 불평등을 극복해내려는 실천 의지와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까지도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최근 법조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과 비교하여 기업과 산업계에 부는 성 인지 감수성의 바람은 더욱 거셉니다. 한 기업의 오너가 성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사퇴하거나, 불합리한 고용 관행이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아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은 우리 사회 내 젠더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법률로 명시된 기준을 지키는 것을 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이 수행 하리라 기대되는 행동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기업윤리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젠더 감수성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높아진 젠더 감수성을 수용하는 것은 최근 기업에게 요구되는 높은 윤리적 책임을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업 내 구성원과 시스템이 충분한 젠더 감수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성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불균형을 인지하고 있는가?
  • 2. 남성과 여성을 동일한 집단으로 고려하고 있는가?
  • 3.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표현에 담긴 성 고정관념을 분별할 수 있는가?
  • 4.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에 대해 성별을 투영시켜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 5. 개인의 배경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특정 성별과 산업을 연관 짓고 있지는 않은가?
  • 6. 여성에게 자녀 양육과 같은 사회적 편견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가?
  • 7. 젠더편향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발견할 경우 적극적으로 교정할 것인가?

기업이 스스로 젠더 감수성을 진단하고 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조직 내부와 외부의 성별에 따른 차별과 편견, 비하, 폭력 문제의 가장 좋은 예방책이자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Q
우리 기업 혹은 산업계는 젠더 이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기업이 더욱 성 평등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젠더 감수성을 바탕으로 기업 문화를 만들고, 성 평등한 관점으로 기업의 가치사슬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먼저, 성 평등한 기업 문화는 다양한 젠더를 고려한 업무 환경을 구성하고, 조직 구성원의 이해관계자까지도 고려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주요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임원진의 구성이 특정 성별에 편향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성별과 관계없이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는 것, 성에 따른 역할이 규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 양성 평등한 육아 휴직 제도의 활용을 통해 모든 성의 직원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구성원의 가족을 고려한 업무 환경을 구성하여 특정 성별에 고정된 성 역할이 부과되지 않도록 돕는 것 등이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또한 성 평등한 관점이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을 관통한다는 것은 공급업자, 유통업자, 제조업자 등 협업 관계와 고객 모두를 고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공급 및 유통 등 협업 관계에서 젠더 편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품 혹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누구인지, 그 제품 혹은 서비스는 젠더 평등에 기여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고객에게 젠더편향적인 고정관념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합니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기저귀를 갈지 못하는 남성, 외모나 집안 청소 등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어머니 등 성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장면이 담긴 광고에 대해 성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적극 규제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실정은 어떨까요? 올해 초 국내 광고를 대상으로 한 분석1)에 따르면 성차별이나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광고가 성 평등한 광고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국제적 변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산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젠더 평등을 고려한 기업은 조직 구성원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로부터의 ESG 평가2)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궁극적으로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1) 서울YWCA분석, 2019년 3월 25일~4월 14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 분석 사업’의 일환
  • 2)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3가지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 ESG 등급이 우수할수록 기업가치, 주가 안정성이 높다고 여겨짐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가 젠더 관점의 투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발행한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 보고서는 http://sopoong.net/blog-post/gli/ 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