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은 라이온킹,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와 함께 디즈니의 4대 간판 흥행작 중 하나다. 여주인공 자스민은 다른 디즈니 공주들과 달리 도도하고 강단 있는 성격의 소유자다. 아버지의 결혼 종용에 반발해 가출을 시도하거나, 악당 자파를 사랑하게 된 척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자스민의 성격은 올해 개봉한 알라딘 실사판에서 한층 강화됐다. 극중 자스민은 술탄의 아내가 아니라 술탄을 꿈꾼다. 아들이 없으니 데릴사위라도 들이겠다는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심 때문만은 아니다. 외국 왕자가 자신보다 백성을 더 사랑해줄 리 없다는 애민정신도 있다. 썩 훌륭한 자질을 갖춘 예비 군주다.
영화는 자파가 램프요정 지니를 이용해 술탄이 되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간다. 자스민은 자신을 감금하려는 자파에게 끝까지 저항하며 신하들을 설득한다. 공주로서 조용히 살 것을 강요받았던 그녀가 앞으로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소리치듯 부르는 노래, ‘Speechless’는 영화의 백미.
알라딘 실사판은 국내에서만 천만 관객이 몰리며 크게 흥행했다. 이는 비교적 보수적인 한국 정서에도 술탄을 꿈꾸는 야심만만한 공주의 서사가 ‘팔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젠더 감수성은 피해가야 할 뜨거운 감자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할 문화적 패러다임인 것이다.
누구든 성별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시대. 술탄을 꿈꾸는 자스민은 그 시작일 뿐이다.
자스민 공주, 술탄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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