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 한 명을 살리려면 수십 명의 전문 의료진이 필요하다. 의료 인력과 설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애초에 중증외상의 위협에 노출된 이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그러니 환자를 살릴수록 병원은 손해를 본다. 손해를 메꾸는 것은 국가보조금, 기부금, 다른 과에서 올린 매출, 그리고 외상센터 의료진들의 삶 자체다. 정부가 도입한 52시간제에 의하면 외상센터는 당장 문 닫아야 할 최악의 일터다. 수익성이 낮으니 적정 인력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유산했고 더 많은 이들이 사직했다. 외상센터 리소스를 암센터 등 다른 곳에 투입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국종 교수는 외상센터에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원은 곧 돈이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외상센터를 유지하려면 누군가 지금보다 더 불편해져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좀 덜 벌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 좀 더 불편하더라도 그런 기업을 찾아 소비하는 것.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개개인의 인내에서 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 만들기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사회적 신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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