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인지적 노력이라는 투입은 줄이고 자신의 가치를 크게 과시하거나 인정받음으로써 보상의 산출은 크게 하려는 것입니다. 인간심리의 경제적 법칙을 따르고 있기에, 오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오만에 빠지는 이유는, 나태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대두되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 남들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을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과거 경험과 성공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만 대처하며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Jessica L. Tracy 교수는 ‘자부심(Pride)’을 ‘진정한 자부심(Authentic Pride)’과 ‘오만한 자부심(Hubristic Pride)’으로 구분했습니다. 전자의 대상은 주로 성취, 승리, 확신 등의 통제 가능하고 개인의 노력에 의해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인데 반해, 후자의 대상은 자신의 노력 여부와 관계없는 타고난 자질이나 신분, 자격 그리고 안정된 상황 등입니다. 그 결과 거만, 으스댐, 허영과 같은 자아도취적이면서 자기과시적인 태도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비추어 생각하면 자신감은 미래의 문제를 대상으로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과 태도이며, 이때 중요한 요소는 ‘변화의 수용’입니다. 이에 반해 오만은 과거의 성취와 현재 누리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며, 바꾸지 않고 그대로 고수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과거의 성공은 우연이나 상황 또는 누군가의 도움에 크게 힘입은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조건, 주변 사람들은 계속해서 바뀌는데 오직 나만 과거를 답습하면 성공 또한 반복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일입니다.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주변에 공손하지 않은 사람을 가능한 한 많이 두는 것입니다. 비서, 운전기사, 부하직원 등 자신을 어려워하거나 업무상 대접을 해주는 사람들과만 생활하다 보면 마치 만능의 존재인 양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얘기할 수 있고, 시쳇말로 뼈 때리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야 합니다.
둘째, 미래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확률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경영자들이 단정적인 판단을 하면 조직은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고, 자신의 판단을 철회하거나 바꾸는 경우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1)이나 리얼 옵션(Real Option)2)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셋째, 사람을 판단할 때도 그 사람이 이룬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역량 및 자질을 파악하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높은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을 해서 더 큰 일과 조직을 맡은 후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의 오만도 경계해야 하지만, 부하들이 오만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것도 경영자에게는 중요한 일입니다.
1)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경영 기법
2) 위험을 배제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