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코로나19 국제공조를 위한 주요 20개국 특별 화상정상회의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방역 모범국가로서 전 세계로부터 방역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받던 시절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실제로 수원국이 공여국으로 성장한 사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사업보국을 기치로 헌신한 1세대 기업인들과 함께 땀 흘린 우리 국민들의 쾌거다.
방역 분야 외에도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개발도상국과 개발협력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 정부의 개발협력사업에 협력하여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개발협력의 종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크게 무상원조와 유상원조로 나누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원조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유상원조는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각 기관과 협력하여 개발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해당 국가에 보다 수월하게 진출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① KOICA 개발협력 사례
KOICA는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주관하는 외교부 산하기관이다.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와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협력 대상국과의 경제 협력 및 우호협력관계 증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캄보디아 - 국내 중소기업의 노하우로 현지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다

KOICA는 이러한 캄보디아 농가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온라인쇼핑몰 ‘(주)꽃피는아침마을’과 파트너십을 맺고 2018년 12월부터 ‘캄보디아 팜슈가 비즈니스 가치사슬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3년 동안 투입될 약 13억 원의 재원은 KOICA가 67%, 현지기업과 (주)꽃피는아침마을이 33%를 분담해 마련한다.
(주)꽃피는아침마을은 KOICA와 함께 캄보디아 캄퐁츠낭 지역에 연간 100톤의 팜슈가를 생산 및 가공할 수 있는 규모의 현대화된 가공장을 설립했다. 위생과 품질 향상을 위해 HACCP1) 시설을 도입하고 기계화 공정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농민들의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와 소득 증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생산된 팜슈가는 캄보디아 내수 시장은 물론 한국, 미국, 중국 등지로 수출된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이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줌으로써 열악한 현지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우리 기업은 우수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 LG전자의 무상 기술교육으로 청년 취업 및 자립 지원

LG전자는 이러한 무상교육을 통해 해외 인재 양성은 물론 자사의 서비스 품질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시장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②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 주도의 개발협력 사례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개발도상국들의 산업발전과 경제안정을 지원하고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정부 기금이다. 수원국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차관 형태로 운영된다. 1987년 설립 이후 전 세계 여러 곳에 개발사업을 진행했으며 원조자금은 17조 8천억 원이 넘는다.
방글라데시 - 현대산업개발의 노하우로 최고 수준 병원 건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발주하는 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방글라데시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중 HDC현대산업개발이 짓고 있는 BSM 대학병원은 우리나라 서울대학교와 같은 방글라데시 제1의 국립대학이다. 완공되면 방글라데시 최초의 센터중심 전문병원(중증질환 환자 치료를 위한 특화병원)으로 방글라데시 내 최대 규모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암센터, 강릉아산병원 등 다수의 병원을 건설해왔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HDC현대산업개발에 이 공사의 의미는 남다르다. 국내 병원 건설의 노하우를 살려 해외시장의 활로를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공사를 지렛대 삼아 방글라데시에 지사를 설립 인프라 및 건축 분야의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정부의 유상차관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해 해당 사업의 수주뿐 아니라 보다 수월하게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르단 - 코오롱, 세계2위 물 부족 국가 요르단에 수자원 관리 노하우 전수
요르단은 국토의 80%가 사막 지역으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다. 지하수 의존도와 상수도 누수율이 높아 물 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하수시설의 건설이 시급하다. 하수시설이 없으면 생활하수가 버려져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는데, 가뜩이나 부족한 수자원인 지하수나 댐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성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우리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요르단 정부는 함께 총 9200만 달러가 들어가는 하수처리장 시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공은 민간 수처리 운영업체인 코오롱이 맡았다. 코오롱에 따르면 하수 처리시설이 님비시설이기 때문에 처음 설치 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코오롱 직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관련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이후 코오롱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상하수 처리, 정수장 시설 공사 등을 따내며 수처리 분야 글로벌 강자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작년에는 탄자니아에서 추진한 관개수로 개선사업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다. 수처리 시공은 수주규모가 크지 않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주력하지 않는 틈새시장이다. 코오롱은 자사의 경쟁력을 무기로 정부 사업에 참여해 수익 다각화와 해외진출 모두 성공한 셈이다.
국제개발협력, 지속가능발전의 교두보
기업들은 시장 개척, 생산기지 확보, 원자재 조달 등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개발도상국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 경험이 부족한 기업으로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우호관계를 위해서는 인건비 절감이나 일회성 프로젝트의 수주보다 수원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바라보는 자세가 먼저일 것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된 대한민국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이다.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분투하며 국가 경쟁력을 높여왔던 한국기업들에는 개발도상국들을 도울 수 있는 알찬 노하우들이 많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는 주체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자세한 참고자료 리스트는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내 한글파일(PDF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