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TV 생중계를 통해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맞먹는 환경보호 활동을 통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이러한 대국민 선언을 한 이유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지속가능성, 즉 사회적 가치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연합을 필두로 주요국들은 탄소 국경세 도입을 준비하는 등 친환경 기업 위주로 거래와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번 보고서 리뷰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왜 사회적 가치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사회적 가치 경영의 대두
사회적 가치 창출 경영이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경영을 의미한다. 단기적 수익 달성을 목표로 했던 과거의 경영 기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전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대두됐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동반성장, 공유가치창출 등의 경영 전략에서 발전해온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주목받는 사회적 가치
금융위기라는 일종의 재난 상황에서 촉발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요구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기업이 새로운 경영환경(New Normal)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공공의료·공교육·대중교통 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을 뿐 아니라 양극화, 불평등, 차별 등과 같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도 심화시켰다. 이와 같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영향은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공급망 붕괴와 소비 위축으로 닥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ESG 경영전략
이처럼 코로나19로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기업들 또한 생존을 위해서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변화와 위기 속에서 그 어떤 기업이라도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수많은 변수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제 기업은 위기에 빠지더라도 이를 신속히 극복하고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사후적 회복력(Enterprise Resilience)’ 증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때 유효한 것이 ESG 기반의 사회적 가치 전략이다. ESG 중심 전략은 기업의 구조적 회복탄력(Structural Resilience)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평상시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결속(Social Cohesion)을 증대시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기업이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서는 주주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려한 시장의 ‘Pie’를 키울 수 있는 전략에 힘써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 가치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가치 경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코로나19 위기로 건강(Health)과 안전(Safety guard) 등 기업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핵심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해 밸류체인(가치사슬, Value Chain) 전반에 걸쳐 고려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과도 연계된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둘째, 사회적 가치 성과를 고려한 ESG 투자 확대도 가속화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들의 주가는 벤치마크1)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MSCI2)에 따르면, ESG 등급이 높은 회사채와 주식은 최근 MSCI 벤치마크를 크게 앞질렀으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증시 하락에도 MSCI ESG ‘Leaders’의 유럽 지수 낙폭은 시장 평균 대비 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SG 중 G(Governance, 지배구조) 개선이 우수한 기업의 최고경영진들은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경영 비전과 전략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충격에 대비하고 회복하는 역량이 더 우수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S&P3)가 ESG 투자 자산이 많은 미국 상위 17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중 12개가 S&P 500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에도 미국 ESG EFT4) 누적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셋째,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비단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 대응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019년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BRT(Business Round Table) 협의체에서는 “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 우선 원칙을 폐지했다. 기업이 고객, 투자자, 구성원, 협력사,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만 기업이 지속 가능해지고 결국 주주가치도 보호된다는 이유에서다. 즉, 기업이 사회적 존재 의미를 깊이 인식해야 하며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문제해결 요구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 경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의사결정 및 성과 체계, 사업장 운영, 제품/서비스, 일하는 방식 등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사회적 가치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재무적 성과는 높았다.
- ‘비교평가 대상’으로 성공한 기업 또는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의 경영방침, 기업활동을 자사의 경영에 참고하기 위해 하나의 지침으로 삼아 경영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
-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
- 세계적인 신용, 금융분석 및 신용등급기관.
- KOSPI200, KOSPI50과 같은 특정지수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
사회적 가치 경영을 추진한 주요 기업들의 재무적 성과
구글 (Alphabet Google) |
코로나19 기간 주가 11% 상승 (19년 4분기~20년 5월) |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전통적인 광고, 플랫폼 사업 외 생명공학, 온라인 교육, 헬스케어 등 사회적 가치 창출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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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브비 (Abbvie) |
코로나19 기간 순이익 7.1% 상승 (19년 4분기~20년 1분기) |
헬스케어 사업 오픈 이노베이션코로나19 대안 치료제 ‘칼레트라’의 제네릭(복제약) 사용을 위한 조치로 자사 글로벌 특허권 포기 선언 |
필립스 (Philips) |
코로나19 기간 주가 0.8% 상승 (20년 2월~20년 5월) |
기후변화 대응 강화친환경 제품 판매액 총 매출 대비 15% 달성 배출 폐기물 90% 재활용 |
사회적 가치는 글로벌 표준
이미 주요국들이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의 대전환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 가치 경영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표준이 된 것이다.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수출 위주의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혁신의 기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참고 자료 –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사회적 가치’ 경영』 CEONEWS에서 발췌 후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