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사회적 책임과 책임투자
이 호 영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사)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Q
ESG 경영환경에서 사회적 책임투자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에 따른 윤리경영전략(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주주의 부(wealth)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주주 자본주의는 많은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야기하여 그 한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게 되었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질과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됨에 따라, 이해관계자(소비자, 주주, 투자자 등)의 가치관과 사고체계, 문화에도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및 현재의 재무적 성과정보 만으로는 진정한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새로운 변화를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 특히 다국적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경영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지표로 기업의 ESG 성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투자대상기업의 가치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 기업의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공동체의 가치창출과 연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력 제고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SRI)란 구체적으로 투자의사결정 시,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환경성과(environment), 사회적 성과(social), 윤리경영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을 둘러싼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ESG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수립과 적극적인 실천을 고민하도록 하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기업이 이렇게 커다란 환경변화를 경험할 때에는,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집중하기 전에, 먼저 그 변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 동인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이 수행하는 사회적 책임활동의 진정성과 기업의 윤리 경영이 기업가치에 중요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경영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주요 평가기관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ESG성과지표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ESG경영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 실천에 대한 실질적 결과로 보기 어려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전략으로도 보기 어렵다. 기업별 ESG 추진 전략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균형은 기업의 목적 사업 및 핵심역량과 연계하여 주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우선순위를 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Q
사회적 책임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기준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요?
A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점점 더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투자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실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기준 수립은, 사회적 책임투자의 방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ESG평가기관들의 평가요소와, 실제 투자 주체인 기관투자자들이 어떠한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평가기관이 분석하는 요소는 특성상 매우 포괄적이며, 기관투자자들의 기준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여러 기관들을 통해 기업이 받은 ESG 평가 성적표는 평가요소의 변화나 환경변화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인 것이다. 또한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컴플 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위기대응 역량의 확보와 관련이 있다.

촉발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속한 산업 및 수익모델, 인적·물적 자원의 특성을 고려하여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용해야 할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다양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실무적 어려움이 있다. 기업이 채택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기업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위험요소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가령 수출위주의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주요 수출국의 환경과 관련된 규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도입과 실효성 확보가 가장 시급할 것이다.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실효성 확보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플랫폼산업 및 금융산업의 경우 고객 개인정보 보안 및 금융정보의 보안이 중요한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준법감시인 제도 및 내부회계관리 제도의 운영은 단순히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거나 형식적인 요건을 맞추기 위한 대응에서 벗어나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여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SG경영의 핵심 철학은 윤리경영이며, 윤리경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지원시스템이 바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