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거버넌스(G)의 의미와 청렴윤리경영
이상명 한양대학교 교수
한국전략경영학회장

Q1.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 경영 중 거버넌스(G)의 의미와 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체계라고 할 수 있는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생각해 봐야 하는 점은, 왜 앞의 두 단어인 환경과 사회는 형용사이지만, 마지막 거버넌스는 명사일까 하는 점이다. 이는 ESG 논의의 첫 출발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환경과 사회라는 부분은 기업이 만들어 내는 ’가치‘의 한 요소(환경적 가치, 사회적 가치)이며, 동시에 포괄적 ’관점‘인 데 반해, 거버넌스는 기업이 추구해 왔던 경제적 가치의 한 속성이며, 동시에 평가의 한 요소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즉 G는 E와 S에 비하여 굉장히 구체적이면서 우선적으로 변화를 시켜 나갈 수 있는 요소라는 점이다.

그러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거버넌스(G) 개선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첫째, 기업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구조 변화에 노력해야 한다. 독립성, 다양성, 전문성 등의 기준에 맞추어 이사회를 재구성하는 시도가 첫출발이라고 할 것이다. 즉, 거수기가 아닌 실제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가능하게 하고, 구성에 있어 성별, 연령별, 배경 등의 다양성을 고려해서 group think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 또한 보상에 있어서도 장기성과와 연계되는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즉, 단기성과와 연동되던 기존의 보상체계를 보다 세분화해서 장기성과와 연동되는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또는 지속가능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위원회를 신설하고 이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작년 기준, 70%가 넘는 대기업들이 이를 설치하여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이슈를 전사적인 관점에서 관리하려 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셋째, 어떠한 제도가 ‘설치되었다’는 것과 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실질적 운용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현재 구성되어 있는 대부분의 위원회들은 그 역할이 ‘보고 및 검토’에 국한되어 상징적 역할에 그치고 있고, 실질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심의 및 의결’ 기능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실질적 역할의 수행과 활동들을 내·외부 이해당사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업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근간인 거버넌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Q2. 글로벌 ESG 평가의 거버넌스(G)에는 반부패 항목이 포함되어 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의 조사결과에도 투자자들이 반부패 영역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위의 거버넌스(G) 강화 방안 중 반부패 관련 국내 기업의 최우선 과제와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또는 당신 기업은 부패한가요?” 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마 ‘절대 아니다’라는 답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의 핵심 주제로 반부패가 다루어지고 있고, 전 세계 800여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ESG 관련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 반부패가 1위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한 국가청렴도 결과를 보면, 국가 전체의 부패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는 개선되고 있지만 경영부문 관련 부패를 나타내는 지수는 OECD 평균 점수보다 낮아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부패 대응을 위해 기업은 어떠한 노력을 전개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한 측면에서의 기업문화 체질 개선과 함께 하드한 측면에서 제도의 정비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우선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부패와 연관된 대부분의 활동은 구성원들의 기업 및 그가 속한 사회 속에 ‘관행’으로 녹아내린 행동들이라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의 경우, ‘로마에서는 로마법을’이라는 관행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글로벌 표준의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성원에 대한 지속적인 기업문화 개선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기업과 사람이 이러한 문화개선 활동만으로 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제도 차원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반부패 활동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기업 나름의 원칙/기준/리더십이 강력하게 설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기준들이 성과평가 시스템과 연계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즉, 평가시스템이 단기적 이익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인간의 행동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어떠한 수단(부패)도 강구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축과 실행이 필수적이다. 회계나 전산에 국한되었던 시스템을 전체 업무 프로세스와 연결되도록 구축해야 한다. 부패는 결국 인간의 욕망의 문제이기에 이를 외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들(가령, 단기순환보직, 강제휴가 등)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이상 현상에 대한 사전적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패의 발생을 모두 막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부패의 발생에 대한 사후적 조치를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 필수적이다. 재발방지 시스템과 당사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 등은 반부패 활동이 정착화 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ESG라는 측면에서 반부패 활동이란 기업의 어떤 업무 프로세스이든, 또 어떤 사업장이든, 사전에 예방될 수 있도록 체계가 갖추어져야 하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부패는 결국 기업의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에 지속가능경영이라는 화두를 실천하는 기업에서는 핵심적인 관리 요소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