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이 바꾼 병원의 풍경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각 대학병원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며 부정청탁금지법 알리기에 나섰다. 법에 저촉되는 사례와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하면서 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위법에 해당하는 행위가 어떤 행위인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해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병원 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진료순서 바꾸기 관행’이 사라졌다. 지인들도 진료순서를 바꿔달라고 부탁하지 않고, 부득이하게 진료대기 순서를 바꿔달라고 부탁할 경우에는 명분이 있어 거절는데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가 교수에게 감사의 표시로 전하던 선물도 사라졌다. 대학병원에서는 로비에 "환자나 환자가족, 개인, 기관, 단체 등으로부터 제공되는 어떠한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였다. 부정청탁금지법이 바꾼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병원에도 서서히 불고 있다.
거절이 쉬워진 부정청탁금지법 시대
여러 공무원과 교사 등은 부정청탁금지법이 ‘호의’와 ‘청탁’ 사이의 구분이 애매한 상대방의 성의표시를 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아는 사람이 곤란하거나,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을 했을 때 “부정청탁금지법 때문에요” 라는 거절은 서로를 무안하지 않게 상황을 정리해주는 말이 되었다. 상대방은 빈손으로 와서 부담 없고, 만약 선물을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부정청탁금지법을 언급하면 쉽게 수긍한다는 게 교사들의 평가다. 또한 13년차 공기업 직원은 번거로운 예의차림이나 의례적 눈치보기가 사라져서 업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관계자와 만날 때는 선물 걱정을 하지 않아서 좋고 더치페이 문화로 술자리도 줄어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회학자가 “부정청탁금지법을 계기로 의리보다 ‘정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개개인의 마음속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부정청탁금지법은 정과 연대에 의존한 업무문화를 합리적인 업무문화로 변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