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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8년
06월호

윤리연구소 - 보고서 리뷰

성장의 새로운 모델, 포용적 성장



이론과 실무는 함께 성장해왔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가끔 의견이 분분하다. 실무를 더 중시하는 집단이 이론을 경시하는 이유는 이론이 현실세계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특히 일반화된 이론이 내가 처한 환경 역시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보고서 리뷰에서는 한국경영과학학회지에 2015년 게재된 ‘협력은 항상 옳은가? 거래 의존성과 비선형 관계를 고려한 공급사슬 협력에 대한 재고찰’을 통해 국내 일반적인 기업 간 거래유형의 환경에서도 포용적 성장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보고자 한다.

◎ 포용적 성장과 협력

물이 넘쳐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대기업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낙수효과는 대기업 중심의 정부정책들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골목상권의 위축,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경제양극화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이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5년 IMF는 ‘소득불균형의 원인과 결과’ 보고서에서 상위계층의 소득증가가 이후 5년간의 경제성장을 저해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펼쳤다. IMF는 이러한 결과와 더불어 하위계층의 소득증가가 향후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고하며 중소기업의 성장이야말로 경제성장을 위한 방향임을 암시하였다. 즉, 저성장이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포용적 성장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포용적 성장의 핵심 키워드로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들 수 있다. 특히 첨예해져 가는 경쟁사회는 단순 기업 간 경쟁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간 경쟁으로 심화되고 있다. 즉, 공급사슬 안에서의 협력이 포용적 성장의 주요 활동이 되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은 결과와 동시에 과정이다. 협력이라는 과정을 거쳐 함께 성장이라는 결실을 맺는 것이다.

◎ 국내 기업환경에 적합한 차별적 접근의 필요성

공급사슬 안에서 협력이 품질, 원가, 납기일, 유연성 등의 세부적인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 연구들은 다수 존재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협력과 기업의 성과 간 직접적인, 일관된 관계는 모호한 실정이다. 각 성과 요소에 포용적 성장 활동이 미치는 영향도 연구마다 차등적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 대부분은 기업 간 동등한 관계를 가정한 뒤 진행되었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환경의 경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관계에서 동등한 관계란 존재하기 어렵다. 물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원청업체에 의존하지만 원청업체는 그에 비해 의존도가 적다. 즉, 구매우위의 거래관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부분의 관계에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포용적 성장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국내 거래관계 유형에 적합한 협력의 효과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포용적 성장활동을 통한 국내 기업의 성과

그렇다면, 구매우위의 거래관계에서 포용적 성장활동이 진행된다면 그 관계는 어떤 결과를 나타낼까? 이번 보고서리뷰에서 선정한 연구에서는 국내 주요 4대 제조업(자동차, 일반기계, 조선, 통신기기)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최종 599개의 표본을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협력과 성과의 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협력을 세 가지로, 성과를 네 가지로 구분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협력과 성과의 관계를 살펴본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구매우위의 거래관계를 가진 기업들에게서 대부분의 협력활동이 품질 성과와 유연성 성과를 증가시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품질 성과는 관계적 협력과 지원적 협력이 강해질수록 증가하는 관계를 보여 거래관계에 상호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거나 기술 및 교육 협력이 증가할수록 불량률 및 반품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유연성 성과는 관계적 협력과 운영적 협력이 강해질수록 증가하는 양(+)의 관계를 보여 상호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거나 운영 계획 등이 공유될 경우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협력은 공급사의 기회주의적 성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사의 기회주의적 성향이 만연한 환경에서 원청업체는 보험을 설정하거나 하청업체를 감시 하는 등의 소모적인 비용을 들이게 된다. 즉, 투명한 상황이라면 발생하지 않을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협력은 기회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 및 감시비용을 줄여 사회적 비용 또한 감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포용적 성장 활동을 통한 성과는 존재한다. 비록 하나의 연구로 현상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본 연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지되어온 포용적 성장의 이론적 배경과 함께 성과와의 관계에 대한 비가시성을 일부 걷어내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과 같이 협력을 통해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기업들 역시 포용적 성장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지금, 내가 속한 기업과 나를 둘러싼 기업 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의 DNA속에 포용적 성장을 각인시켜야 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 ‘협력은 항상 옳은가? 거래 의존성과 비선형 관계를 고려한 공급사슬 협력에 대한 재고찰’, 한국경영과학학회지, 40(3), 2015, 7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