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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9년
04월호


윤리연구소 - 인사이트+

신념을 담은 화장품, 러쉬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닌 제품은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소비할 의향이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소비하지 않거나 초저가 제품을 찾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금액에 관계없이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중요해진 것이다.

가치소비는 개인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만큼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동물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모피 의류를 불매하고, 제3세계의 빈곤 문제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은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는 식이다. 이렇게 특정한 가치를 제품에 담아낸 브랜드 중 하나가 러쉬다.


러쉬의 역사

러쉬는 영국의 친환경 수제 입욕 및 화장품 브랜드다. 헤어&뷰티살롱에서 일하던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이 뷰티 테라피스트 리즈 위어와 함께 1977년 Herbal Hair and Beauty Clinic 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적인 입욕 및 코스메틱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러쉬의 전신이다. 러쉬의 시작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개발한 화장품이었듯이, 러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깨끗한 과일, 채소, 식물, 꽃 등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환경, 동물, 사람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원료를 구입하며, 포장을 최소화하고 환경에 해가 되는 제조과정은 지양하거나 방법을 바꾼다.

러쉬의 제품

러쉬의 특징 중 하나는 향이다. 매장 밖까지 향이 퍼질 정도로 제품 대부분이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매대 위에 제품을 날 것 그대로 쌓아두는 것도 인상적이다. 농수산물을 포장 없이 진열해 놓는 채소가게와 유사한 풍경이다. 되도록 자연 원료를 사용하고 식물성 제품을 생산하는 것 또한 러쉬의 제품 원칙이다. 환경과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는 타겟 고객층을 끌어당기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러쉬의 캠페인

러쉬는 자사의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동물 실험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동물성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비건(Vegan: 동물성 식품의 섭취뿐 아니라 동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루 이르는 말)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에게 직접 테스트할 수 있을 만큼 순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든다. 포장용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과대 포장에 반대하는 네이키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사람을 중시하는 러쉬의 가치 실현은 코스메틱 업계 밖에서도 이어진다. 국제 동성애 단체 올 아웃(All Out)과 함께하는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 ‘GayIsOk 캠페인’이 그 중 하나다. 2015년에는 러쉬 매장에서 판매된 ‘사랑비누(Love Soap)’의 판매금액 약 27만 파운드를 국내외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판매금 전액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로션 제품, 채러티 팟(CHARITY POT)을 출시해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러쉬코리아에서는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활자전거 캠페인 ‘녹색교통연합’, 위안부 피해 역사 교육 및 자료 보존에 힘쓰고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 난민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난민인권센터’ 등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러쉬의 성공과 성장

이와 같은 러쉬의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이 오는 것만은 아니다. 환경과 생산자까지 생각하는 공정무역을 실천한다고 하지만, 한국 판매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다. 사회적 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의 허영심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있다. 분명히 러쉬 제품은 고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 결과 러쉬는 연평균 10%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성비 소비를 넘어 가치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윤리적 소비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은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기업이 윤리적 소비자들의 니즈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역사 속 사례
상인이 된 선비, 휘주상인(徽商) 휘주상인은 중국 역사상 10대 상방(商帮) 중 하나다. 휘주 상인은 뛰어난 상술 외에도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선비가 상인이 되고, 상인이 선비가 된다는 사상삼투(士商渗透) 정신이다. 휘주상인은 탁월한 장사꾼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유학자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장사의 신, 호설암 대표적인 휘주상인은 청나라 말기, 상성(商聖)이라 불렸던 호설암(胡雪巖)이다. 그는 “인(仁)에서 이익(利)을 구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군자이고, 의(義)에서 재물을 구하는 자가 진정한 대장부다”라는 상경지도(商經之道)를 온몸으로 실천하고자 했다. 단지 돈을 버는데 그치지 않고 전쟁 중에 사망한 수십만 구의 시신을 거두어 주었고 굶주린 백성들을 돕는 구빈소를 설치했다. 호설암의 명성은 천하에 널리 퍼져나갔고, 그의 사업은 더욱 번성했다.

유교 도덕을 강조한 휘주상인의 상업윤리 청나라 황제 건륭제는 “부유하도다, 휘주상인들이여, 짐도 그대들에게 미치지 못하노니!”라고 휘상의 부유함에 감탄했다. 황제도 부러워 한 휘주상인의 성공 비결은 그들이 믿고 지켰던 상업윤리에 있었다. 다음은 휘주상방의 상업윤리다.

  • 첫째, 이성대인(以誠待人)이다. 고객을 성실하게 대하고 속이지 않았다.
  • 둘째, 이신접물(以信接物)이다. 신용을 제일로 치고 신의가 없으면 거래하지 않았다.
  • 셋째, 이의위리(以義爲利), 의(義)로서 이(利)를 추구했다. 공자의 “군자는 의를 구하고 소인은 이를 구한다”는 말을 따랐다.
  • 넷째, 인(仁)을 중시했다. 자연재해로 곡물 가격이 급등해도 저장한 쌀을 백성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줬다.
  • 다섯째, 근검(勤儉)을 강조했다. 부지런함이 재산 증식의 원천, 검소함이 재산 절약의 흐름이라고 믿었다.
  • 여섯째, 인화(人和)다. 장사 역시 사람 사이의 일이며 사람 사이의 일은 조화와 화합이 최선이라고 믿고 실천했다.
이처럼 휘주상방은 상거래에 성리학의 법도를 적용하고 신용과 절약, 사람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황제가 부러워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윤리적 소비가 화두인 요즘, 휘주상방의 상업윤리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경영철학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