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윤리
신 진 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Q
기업지배구조는 무엇이며 기업에 왜 필요한 것일까요?
A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Structure)는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영 방침과 전략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견제, 감독하는 법적, 제도적인 체제를 통틀어 의미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주주와 채권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기업을 운영하는 주식회사의 경영진이 자본을 유용하지 않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하도록 경영진을 감시(Monitoring)하고 제한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는 자본시장을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하여 기업가치를 높이고 최종적으로는 시장 경제 전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기반이 됩니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지배구조의 방향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무엇일까요?
A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경영과 투자 행태는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하여 사업전략을 세우고 경영 일선에 적용하는 ESG(환경ᆞ사회ᆞ지배구조)1) 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ESG 경영을 장려하여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는 ESG 투자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올해 초부터의 기업 실적을 보면, ESG 성과가 뛰어난 기업들의 실적과 이들 기업에 투자한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ESG 관련 인덱스 펀드2)의 88%가 일반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56개국 6,000개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의 주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하락폭이 적었습니다. 또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들의 주가 방어 능력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뛰어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지배구조와 전반적인 ESG 성과가 우수했던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이 적었던 것과 일치합니다.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들의 위기 대처 능력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과 하버드 경영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들은 종업원의 복리후생, 공급망 관리, 협력사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을 파악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우수한 지배구조도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필요와 현황, 이를 수렴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한 결과,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2025년까지 탄소배출을 18% 감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월마트는, 90%의 탄소가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중에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이미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공급망 관리를 철저히 해온 월마트는 코로나19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영국의 의류업체 부후는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지급해왔습니다. 경영진이 이에 대한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음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고 주가 역시 폭락했습니다. 이외에도 평소 종업원의 복리후생에 노력한 기업들은 급여삭감, 무급휴직 등을 시행할 때 종업원들의 동의를 보다 쉽게 얻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해 다시 그들을 복귀시킬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ESG 경영 기업들의 위기 대응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주가 폭락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 수준은 아직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와 환경까지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ᆞ사회(Social)ᆞ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
2)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지수의 움직임에 맞춰 수익률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