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리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바람직한 이사회 리더십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은 기업에 있어 주주뿐 아니라 소비자, 임직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얼마나 비즈니스의 지속성에 중요한 요소였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의 주주 중심이 아닌 이해관계자 중심의 기업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린 페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주주 중심 모델에서 기업 중심모델로 기업지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를 이루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에서도 경영진을 가장 근거리에서 자문하고 모니터링하는 이사회의 개선과 바람직한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리뷰는 한국 동아일보 기자와 린 교수와의 대담을 재구성했다.

기업지배구조의 정의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이 조정되고 통제되는 시스템 전반을 말한다. 최근까지 지배구조는 주주와 경영진의 이익을 나란히 맞춤으로써 경영진이 주주의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에만 집착하게 되면 오히려 기업과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같은 배경으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1997년 기업의 목적이 ‘주주 가치 극대화’라고 했지만, 2019년에는 ‘소비자, 직원,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이라고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그동안 기업들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명목으로 최대한 많은 수익을 창출해 현금을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주가를 올리는데 활용해왔다. 장기 연구개발과 인력 투자를 줄이고 빚에 의존하며 물가가 저렴한 지역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아웃소싱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더 취약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현금은 없고 부채 비중은 더욱 높아졌으며 인력 유연성은 떨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쓸 자원마저도 없었다. 일부 기업은 소비자가 아예 사라졌으며 공급망은 파괴되었고 채무 연장도 어려워졌다. 코로나19는 기업이 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필요로 한다는 근본적인 진실을 보여줬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은 소비자뿐 아니라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올리게 됐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익률을 좀 더 올릴 것인가,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설비에 투자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때 후자를 택하게 됐다. 목숨을 구할 약의 가격을 정할 때도 시장 최고가가 아닌 소비자의 필요와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게 됐다.
바람직한 지배구조와 이사회의 효과성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주주권 보호, 특정 규칙과 정책의 중용 등도 있겠지만 그중 핵심은 이사회의 효과성이다.
이사회가 기업의 전략을 심도 있게 토론하고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기업에 건설적인 지원과 비판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감시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성과를 평가하며, 선량한 기업시민으로서 발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나쁜 지배구조는 이사회가 책임을 다할 수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경우다. 이러한 이사회는 굉장히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사전에 세부 안건과 회의 시간이 빡빡하게 정해져있어 질문과 우려사항이 있더라도 발언하기 어렵다. 이런 이사회에서는 핵심적인 감시활동, 즉 성과를 추적하고 재무보고의 정확성을 따지고 기업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는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쁜 지배구조의 영향은 당장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경쟁력 하락, 기업과 주주, 특히 소수 주주와 폭넓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피해로 드러난다.
기업 중심 지배구조와 이사회의 역할
이처럼 기업은 의사결정을 할 때 누구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기업 중심 지배구조는 주주 중심 지배구조와 달리 특정 주주나 이해관계자가 아닌 기업 전체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모델이다. 기존의 주주 중심 혹은 이해관계자 모델에서의 이사회는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수단 중 하나로 제한된다. 그러나 기업 중심 모델에서는 이사회가 경영진을 자문하고 모니터링 할 뿐 아니라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인지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통해 기업 입장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기업이 전략, 수익모델, 투자 우선순위 등의 다양한 의사결정 사항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모두 합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이사회와 리더의 책임이다. 특히 이사회는 기업의 자원을 어떤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재량이 있다.
이사회 독립성의 필요성
가족 기업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이 유지되지 않는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단일 가족이 주식의 상당 부분을 소유해 이사회를 지배하는 동시에 회사를 운영하면, 그들 가족 자신의 이해관계를 기업이나 소수주주의 이해관계보다 우선시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가족 기업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강력한 사외이사를 선임해, 그들에게 독립적인 판단을 표현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때는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낸 경영자를 물리는 결정을 할 때다. 그래서 이사는 본인이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하며, 이사회는 경영자의 친구나 가족으로 구성하면 안된다.
이사회 관행 개선을 위한 제언
이처럼 앞으로 기업은 주주 중심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 중심지배구조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진을 모니터링하고 자문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를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관행 개선이 선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이사회의 평가다. 이사회 토론은 밀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사회가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한 가지 방법은 이사회 스스로가 주기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다. 설문조사, 인터뷰, 제3자에 의한 관찰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외부 독립기관의 설립이다. 이사회 외부에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이사회의 역할을 보완하는 것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의 독립성 확보다.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선임의 주체가 경영진이 아닌 사추위가 되어야 한다.
넷째, 독립성과 전문성이 전제된 다양성 확보다. 성별, 연령별, 전문성에 따른 다양성은 이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다. 이사회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의사결정도 편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섯째, 주주소통이사의 선임이다. 한국 대기업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 상충 문제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별도로 주주 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겨 소액 주주와의 소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시장 자본주의를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집단 간 불평등이 커지고 근로자 임금이 수년 간 정체하면서 비즈니스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시장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새로운 지배구조의 도입이 필요한 때다.


참고 자료 –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구호 이젠 옛말 소비자-지역사회 이해관계도 고려를』 DBR에서 발췌 후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