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돋보기
꼬리를 무는 중대재해, 꼬리만 자르는 기업윤리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혼자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 19살 김모 씨가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수칙에 따르면 2인 1조로 진행해야 할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사망자는 홀로 작업하고 있었다.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관리 외주업체 은성PSD는 작업장 실태점검이나 안전교육 등 기초적인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고, 하청업체 관리 책임이 있는 원청 서울메트로도 현장점검이나 용역업체 안전교육 등의 관리 매뉴얼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 당시 소지품이 정비 도구와 컵라면 한 개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꼬리를 물고 되풀이되는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작업을 하던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서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대전지방노동청은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40건에 이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발했고, 집계된 과태료만 1억 원 수준이었다. 대표적 위반사례로는 충돌 방지 안전조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노동자들이 구조물과 충돌할 위험에 노출돼 있었고, 밀폐된 작업공간에서 작업 개시 전 가스 농도를 체크하는 등 질식 예방을 위한 안전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협력업체 직원에게 안전 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5월 경기도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작업을 하던 23살 이선호 씨가 300kg 컨테이너 부품에 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씨는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용역 하청업체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었다. 원청업체에서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업무에 투입한 것이 드러나면서 안전 규정 미비, 하청의 재하청 구조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망사고의 중대재해는 꼬리를 물고 되풀이되고 있다. 안타까운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안전조치에 대한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마침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산재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어 산업안전에 대한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마련됐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여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이 사망사고 예방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항들이 후퇴했고, 5~49인 사업장은 법 적용이 2년 더 유예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과 동시에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제안이유는 처벌의 상한선이 높아봤자 사망자 1명 당 평균 45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현실에서, 벌금형의 하한을 1억 원 이상으로 높여 솜방망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안이유에서 영국은 최소액이 약 8억 원이며, 한국 노동자 177명이 사망해야 나오는 액수라고 밝히고 있다. 산업안전 규제 위반의 페널티가 규제를 지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상회해야 사업주에게 경고의 의미가 있다.

2019년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855명이다. 이 중 5~49인 사업장에서 364명(42.6%), 5인 미만 사업장에서 293명(34.3%)이 사고로 사망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들 기업이 정부나 은행의 도움 없이 회생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계기업이 공급망 구조에서 생산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다단계 하도급의 먹이사슬 구조에서 원청기업에 값싼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청업체에서도 사고가 빈번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로 지금까지 원청기업은 면책특권을 누려온 셈이다. 반면, 우리와 같이 하청업체에 외주를 주는 산업안전 선진국에서는 원청기업이 안전조치 의무의 책임을 함께 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노사 갈등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노사는 계속 다른 입장을 개진하며 법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에서는 소규모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령·시행규칙으로 보완하여 위험의 외주화가 사라지게 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의 고의를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는데, 검찰이 적극적으로 입증 노력을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입증 책임 전환으로 특정한 요건만 갖춰지면 경영책임자의 죄를 물을 수 있는 방식까지 주장하고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모든 현장을 어떻게 일일이 관리할 수 있느냐며 과도한 조치의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기업 환경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주 징역 하한을 상한으로 바꿔주고, 사업주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의무규정을 충족하면 면책해줄 것을 호소할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산재사고 발생 원인이 근로자의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75.6%)가 압도적이라는 주장을 하며, 사업주만의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 것인지 반문한다.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관리방안
기업은 노후설비·위험기계 등 작업환경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안전이 비용 절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안전관리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재래형 공장을 안전한 미래형 일터로 조성하기 위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안전보건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수고용형태 종사자와 플랫폼 노동 종사자 등 새로운 노동이 증가하는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체는 안전보건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산재예방대책이 대체로 미흡한 상황이다.

건설업 및 제조업 기업은 다음과 같은 세심한 안전관리 감독을 일상적으로 체크해 나가야 한다. 추락위험 방지 조치로는 ∆추락위험장소에 안전난간 설치, ∆개구부 덮개 및 경고 표지 설치, ∆추락 방호망 설치, ∆지붕 위 작업 시 작업 발판 등 설치, ∆달비계 작업 시 안전대 및 구명줄 설치, ∆안전대 착용 시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를, 끼임 위험 방지 조치로는 ∆원동기, 회전축 등에 덮개, 울 등 설치, ∆정비·보수작업 시 운전정지, ∆기동장치 잠금 조치, 표지판 설치. 필수 안전 보호구인 안전대·안전모·안전화의 지급 및 착용, 상시 점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