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코칭
조직을 위한 비윤리적 행동: 정말 조직을 위한 행동인가
조 봉 순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사)한국윤리경영학회 부회장
Q
비윤리적 친조직 행동의 발생 원인과 개인의 행위이지만 기업이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보통의 비윤리적 행위와 ‘비윤리적 친조직 행동(Unethical Pro Organizational Behavior, 이하 UPB)’이 다른 것은 UPB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결과만 중시하는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강하거나 자아도취에 빠진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조직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UPB는 개인의 이기적 동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름 조직에 기여하겠다는 이기적이지 않은 동기가 크게 작용한다. 조직에 대한 애착이 높은 사람은 조직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 조직에 대한 비난은 나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조직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에서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과정의 윤리성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을 위한 충성심에서 발생하는 UPB는 어느 국가, 어느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집단주의 가치관이 강한 문화에서 나타나기 쉽다. 또한, 조직의 존속이나 명성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클수록 구성원들은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다. 예를 들면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는 기관,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성숙기 소비재 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성적표를 조작하여 보여주는 어린이를 동기가 나쁘지 않다고 해서 칭찬하거나 그대로 내버려 두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조직을 위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가 묵인되면 나중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기존의 주주자본주의 사고 즉, 내부구성원의 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그 결과를 주주들이 나누어 가진다는 기업에 대한 관점은 이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론은 기업의 목적을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직원의 행동이 내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입히게 된다면 이는 기업의 존재목적을 위협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UPB를 직원의 과도한 충섬심으로 인한 개인적 일탈로 생각하기보다 행위 발생의 구조적 원인과 조직 차원의 예방책을 고민해야 한다.

Q
비윤리적 친조직 행동을 기업이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있을까요?
A

조직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과 본인의 활동을 조직이 보상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UPB를 더욱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은 구성원의 활동이 단기적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조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하거나 보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승진이나 배치이동, 보상 등의 인사관리가 가장 상징적이며 조직 내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된다. 특히, 상사의 비윤리적 행동은 부하에게 전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임원을 포함한 고위직, 중간관리자의 인사 의사결정 시에는 그들의 성과뿐 아니라 윤리성 정도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기업이 UPB를 예방하는 데에는 단기성과, 일부 이해관계자, 재무지표를 강조하는 것 보다 장기적 효과, 많은 이해관계자, 추상적 대의명분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최근 그 중요성이 대두된 ESG 경영과 같은 상위 차원의 개념을 기업 미션이나 비전으로 강조하는 활동은 선언적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 구성원의 비윤리적 행동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구성원 개인 차원에서는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조직 내 암묵적 압박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개인의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도덕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 비윤리적 행위를 거부하는 활동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믿음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과 관리자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조직 내 부정행위를 제보할 수 있는 내부 hot-line을 설치하고 그 처리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비윤리적 친조직 행동은 소속기업 내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본인의 행동 결과가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발생한다. 그러므로 조직 내외부 이해관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에 관한 최소한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구성원의 행동지침으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업의 윤리문화는 구성원 개개인의 신념, 경영진의 의지 그리고 제도적 보장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윤리적 기업문화는 ‘개인의 윤리성 준수 - 기업의 윤리적 책임수행 - 사회의 윤리성 제고 – 개인의 윤리의식 고양’이라는 바람직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