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참치는 국경이 없다

『착한 경영 따뜻한 돈』


참치는 돌고래를 따라다닌다. 참치의 천적인 상어가 비슷한 덩치를 가진 돌고래는 피해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참치잡이 어선들이 돌고래떼만 보면 그물을 던진다.
그물에 걸린 돌고래는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 인간한테는 ‘아니면 말고’지만 돌고래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다.





미국 참치잡이 어선들이 이런 식으로 돌고래를 괴롭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의 어린이들은 크게 분노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 정치인들은 돌고래에게 피해가 없도록 참치 조업 방식에 규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참치에게는 국경이 없다는 데 있었다. 멕시코 참치회사들은 미국법을 지킬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같은 바다에서 잡히는 같은 참치인데 멕시코산 제품이 훨씬 저렴해졌다. 그러자 1990년 미국은 멕시코산 참치통조림의 수입을 금지했다. 멕시코는 즉시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에 따라 국제기구에 제소했다. 그리고 국제기구는 영화 등 예외로 인정되는 상품 외에는 동종 상품에서 외국산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멕시코의 승리였다. 고육지책으로 미국 참치회사는 참치통조림에 ‘돌고래를 지키는 제품’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의도지만, 어쨌거나 해양 생태계를 지킨 노력은 불이익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미 시장은 세계화됐다. 온라인에서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간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 홀로 독야청청 공정가격을 주장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발전에 경제적 불이익이 따라온다면 그것은 시장 전체에 적용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글로벌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