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기업윤리
책임, 용기, 연대로 만들어지는 기업윤리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외환위기를 목전에 두고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으로 고도성장을 누리던 시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배경이 되는 1995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영화는 입사 8년 차 말단 직원인 주인공이 심부름을 하러 간 지방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후 회사가 감추려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동기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중심 사건인 폐수 방류사건은 1990년대 초 실제로 일어났던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된 이야기다. 당시 환경처는 해당 문제가 발생했던 회사에 대해 수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조업 재개를 허용했는데, 보름 만에 유출 사고가 재발한다. 이 사건으로 기업 총수와 환경처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페놀 유출에 따른 건강 이상 등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로 돌아갔다.

영화는 이윤 창출을 위해 조작되고 은폐되는 기업의 비윤리 사건을 통해 오늘날 기업이 갖춰야 할 올바른 환경윤리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이 전 지구적인 문제로 떠오른 오늘날, 기업은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오염 예방과 보호에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기업의 환경윤리 실천은 이제 시혜적 차원의 활동을 넘어 기업이 비중 있게 다뤄야 할 사회책임활동의 하나가 되었다.

폐수 방출 사건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것을 목격했지만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회사가 폐수 방류량과 유해성 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과정을 그의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격려하며 함께한다.

내부고발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용기 있는 행위이지만, 동시에 조직 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거나 내부고발 행위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에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주인공 역시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무실에서 책상이 치워지고 ‘면벽근무’ 지시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용기를 지지해 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내부고발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데에 조직 구성원들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를 은폐하고,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묵살하는 것으로 기업의 비윤리 행위가 가려지는 시대는 지났다. 공정과 사회정의 실천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기업은 조직 구성원과 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수준 높은 사회책임 의식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NAVER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