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관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은 사실 이전 세기에서도 보이던 소비성향이었다. 계층별로 옷차림이 달랐던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혁명으로 반귀족적 정서가 확대되어 평민층의 ‘초라한 복장’이 애국의 상징이 되었으며, 17세기 유럽 귀족은 자신의 세속적 권력을 뒷받침할 교양과 미덕을 증명하기 위해 예술적인 생산을 후원하고 중국 도자기의 새로운 아름다움에 열광하며 이를 수집했다.
생산성의 향상으로 물건이 넘쳐나던 18세기 유럽의 산업은 소비자로 하여금 과시적 소비와 사치품에 대한 욕구를 부추겼고, 19세기 말 영국에서는 위생문화를 확산하고 피식민지인 아프리카인을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누의 ‘청결성’과 흑인의 ‘검은 피부’를 대조하는 제국주의적인 광고가 배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반인권적 착취로 얻어지는 설탕의 소비를 거부하며 ‘노예제 폐지’에 동참했고, 흑인은 백인의 ‘분리평등’에 대항하며 피부색으로 차별하지 않는 우편주문 카탈로그를 소비하고, 더 나아가 “차별을 사지 맙시다”라는 슬로건으로 집단적인 불매활동을 펼쳐 평등하게 소비할 권리를 찾았다.
매일 소비하는 현대인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는 자본주의가 만든 소비문화에 수동적으로 휩쓸리지 않고, 권리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SNS로 정보를 수집하며 비윤리적인 기업은 불매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과 판매자를 ‘돈쭐’내도록 소비를 독려하며 친환경 소비와 비건 트렌드를 탐색한다.
소비자는 산업을 움직이고 사회의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세상을 분리와 차별에서 평등과 공정의 사회로 변화시켰고, 기업이 이윤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이행 등 ESG를 균형적으로 추구하도록 목표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였다. 기업은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의 수요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소비자가 매일 하고 있는 소비를 통해 윤리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