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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7년
11월호

윤리연구소 - 보고서 리뷰

‘2017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1952년 다니엘 에델만이 미국 시카고에 설립한 에델만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PR 컨설팅 기업이다. 에델만은 기업·공공기관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위기상황에서 고유의 브랜드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 홍보, 위기 및 평판 관리와 같은 PR 커뮤니케이션이 주 업무영역이다. 뉴욕시는 9.11테러 수습 과정에서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에델만에게 PR을 맡겨 2012년 올림픽 유치와 같은 PR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에델만은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시”였고, 칸영화제 PR부문 그랑프리 사자상을 수상했다. 2001년 시작된 에델만의 ‘신뢰도 지표조사’(Trust Barometer)는 여론주도층(Informed Public)과 일반 대중(Mass Population)을 대상으로 정부, 기업, 미디어, NGO 등 주요 사회 주체에 대한 신뢰도를 파악하고, 개인 및 그룹 간 신뢰형성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석한다. 에델만이 조사하는 ‘국가별 신뢰도 지표조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발표할 정도로 그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표조사 방법

2017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는 2016년 10월 13일∽11월 16일 28개국 3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된다. 설문조사는 전체 인구를 여론주도층과 일반 대중으로 나누어 실시한다. 여론주도층은 25~64세 대졸 이상의 학력 보유자로 가계소득이 연령 내 상위 25%인 사람 가운데 미디어 소비수준이 높고 기업 뉴스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 여론주도층은 전체 인구의 13%를 대표한다. 여론주도층이 아닌 사람들이 일반 대중으로 분류되며 전체 인구의 87%를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여론주도층 200명을 포함하여 총 1,15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신뢰도 격차 증가와 신뢰도 하락

2012∽2017년 여론주도층과 일반 대중 사이 4대 기관(정부, 기업, 미디어, NGO)에 대한 신뢰도 지수 격차가 6%p(2012년)에서 12%p(2017년)로 2배 증가했다. 여론주도층이 50%의 신뢰도를 보인 반면, 일반 대중의 신뢰도는 36%에 불과했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나라는 미국(21%p)이었고 영국(19%p)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인구 신뢰도(38%)는 글로벌 평균(47%)에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서 조사대상 28개국 중 23위를 기록했다. 신뢰도 49% 이하는 불신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국은 불신국가에 포함된다.

한국은 4대 기관 모두 신뢰도가 하락했고 NGO를 제외한 정부, 기업, 미디어가 모두 50%를 밑도는 불신기관이다. 특히 정부 신뢰도가 28%로 가장 낮았고, 기업도 29%의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정부 신뢰도는 지난해(35%)보다 7%p가 떨어져 글로벌 평균 41%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 셈이다. 기업 신뢰도는 벼랑 끝에 몰려 조사대상 28개국 중 최하위 성적이다. 지난해 전 정부의 적폐가 2개 기관의 부정적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신뢰도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5개 항목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계약 성사를 위한 정부 뇌물 등 부정 청탁, ∆회사 중역 및 평사원 간 수백 배의 임금 차이, ∆조세 회피성 수익 이전, ∆일자리 축소를 통한 비용 삭감, ∆품질 저하를 통한 비용 삭감 등을 꼽았다.

위기에 처한 리더의 신뢰도

정부 관계자에 대한 신뢰도는 17%로 지난해(27%)보다 10%p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기업 CEO에 대한 신뢰도 역시 24%로 지난해(35%)와 비교해 11%p 떨어졌다. 특히 기업 CEO 신뢰도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해 조사대상국 모두 하락했고, 23개국에서 그들은 불신당하고 있다. 한편, 기업 CEO 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18%)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연이어 터진 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 가장 신뢰 가는 집단은 기술 전문가들로서 50% 신뢰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나와 비슷한 타인(41%), NGO 대리인(37%), 학술 전문가(36%), 금융권 전문가(33%), 직원(25%), CEO(24%), 이사회(19%), 정부 관계자(17%)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응답자들은 CEO 또는 정부 관계자보다 일반 직원을 더욱 신뢰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위기에 처한 리더십을 잘 알 수 있다. 일반 대중의 정보 접근이나 부정행위 폭로가 용이한 상황은 여론주도층만이 고급정보에 접근해 그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던 시대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불평등, 희망 결여, 리더에 대한 확신 결여, 변화에 대한 갈망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응답자의 절반은 사회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믿고 있다.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고, 여론주도층(48%)조차도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시스템이 실패했다’(48%)거나 사회 시스템에 확신이 없다’(41%)는 응답이 10명 중 9명으로서 대부분의 응답자가 한국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각 이슈에 대해 우려하거나 두려워하는 응답자 비율을 살펴보면,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우려(75%)와 두려움(28%)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세계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우려(68%)와 두려움(20%)이 컸고, 사회적 가치 붕괴, 이주민의 유입, 빠른 기술혁신 등의 순서로 우려와 두려움이 컸다. 기업이 사회적 두려움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인들에게 일자리 상실의 두려움을 제공하는 요인들로는 자동화(66%), 해외 경쟁사(64%), 기술 및 기술 교육 부재(62%), 저임금 시장으로의 이전(50%) 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반 대중들은 반(反) 기업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더라도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응답이 76%였고, 보호무역주의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도 73%나 되었다. 또한,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산업에 더 많은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건강을 해하는 음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82%)거나 제약업계에 더 많은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71%)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변화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함과 동시에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및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69%가 동의한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질 때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의 신뢰도 형성에 중요할 것으로 평가되는 5개 항목을 선택하라는 질문에 ∆직원의 복리후생 고려, ∆정당한 몫의 세금 납부, ∆이슈 또는 위기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 ∆투명하고 공개된 경영 활동, ∆소비자들의 의견 및 피드백 반영 등을 답했다. 특히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믿는 응답자가 일반 대중보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평균 16%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정치적 쇼크에 빠진 이들이 사회 시스템을 불신하게 됐고 그나마 기업이 변화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질 때, 기업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기업은 앞서 지적한 사회경제적 우려와 두려움을 충분히 고려하여 비즈니스 행위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만 볼 것이 아니라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파악하여 기업이 처한 경제적 위치와 사회적 역할 범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관여에 열려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신뢰도 UP

특정 기업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청렴, 사회참여, 품질관리, 경영원칙 등의 기업가치가 이해관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의 핵심 덕목인 청렴과 사회공헌은 그 중요성을 충분히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다. 특히 기업은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책임, 고객가치 우선, 종업원 처우 개선 등에서 그 중요성의 인식과 실천 간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에델만 지표조사 결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무늬만 윤리경영이 아니라 그 가치를 실천하고, 가장 강력한 지지자인 직원들을 독려하며, 이해관계자들과의 투명한 의사소통의 채널을 만들 때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