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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9년
05월호

전문가 코칭

비재무정보 공시와 기업윤리

비재무정보 공시와 기업윤리 이 종 오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Q1 비재무정보 공시는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요? 더불어 기업윤리와는 어떻게 연관되나요?

빙산은 노출된 부분이 10~30%이고 잠겨 있는 부분이 90%~70%에 달합니다. 이 빙산 논리는 기업의 자산을 구분하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기업의 자산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무형자산은 종업원과 고객의 관계, 브랜드와 기업명성, 공급망, 지적재산권, 지배구조, 환경과 사회적 관행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전문기관인 오션 토모(Ocean Tomo)가 S&P 500에 속한 기업의 시장가치의 구성요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형자산의 비중은 1975년에는 17%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완전히 역전된 84%에 달했습니다. 무형자산이 더 중요해 졌다는 말입니다.

유형자산은 재무자산(또는 재무적 가치)로, 무형자산은 비재무자산(또는 비재무적 가치)로 부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은 조직이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이슈, 공정거래 관행,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의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무형자산으로 언급한 사항을 살펴보면 비재무자산 또는 비재무적 가치는 사실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자산 또는 창출하고 있는 가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비재무정보는 바로 이러한 정보를 의미하며 투자자 관점이 포함되어 있는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ESG, 즉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재무정보, 즉 ESG 정보와 공시의 중요성은 주요국에서 이를 제도화·법제화 했거나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Carrots & Sticks' 보고서(2016)에 의하면, ESG 관련 제도가 대폭 늘었습니다. 유럽연합은 회계연도 평균 근로자 수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비재무정보 공시를 의무화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사회적 책임 정보를 의무공시하자는 취지의 자본시장법개정안이 비록 자율 규정이지만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주도한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시인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도 공표되어 의무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계는 ESG 공시를 의무적 사항으로 만들어 가고 있을까요? 기업의 ESG 이슈가 곧 재무적 위기로 전환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오너 일가의 갑질, 횡령,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가 단적인 사례입니다.

ESG 정보 공시의 제도화·법제화 흐름은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트렌드의 구체적인 반영입니다. 기업윤리는 투명성에서 시작됩니다. 재무정보는 법적 규제로 그 투명성을 확보해 왔습니다. 이제 자발적 영역에 존재했던 비재무정보, 즉 ESG 정보도 법적 규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는 윤리경영도 ESG 공시 등 사회적 책임에 관한 기본 법률과 제도가 바탕이 되어 있을 때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가 인식했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Q2 효과적인 비재무정보 공시를 위해(혹은 관련 최근 동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목적이 없는 정보 공개(또는 공시)는 비효율적이며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합니다. UN 지속가능한 증권거래소 이니셔티브(Sustainable Stock Exchanges Initiative : SSEI)는 ESG 정보 공개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입증하여 저렴한 자본조달 가능, △비용 절감·수익 창출·위험 회피 등의 기회를 포착하여 이윤과 성장 추구, △환경·사회·경제에 미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약속함으로써 기업명성과 브랜드 창출, △기업의 가치창출 능력에 관한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제공, △보고과정을 통해 투자자와의 관계 개선, △전략의 실현과 ESG 영향에 대한 실적 평가 등입니다.

기업은 ESG 정보공개가 의무든, 자율이든 우선 정보공개의 목적 즉 어떤 편익을 얻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개할 정보가 가지는 관계적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고 그 정보가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한 양적·질적 데이터 관리는 기본이며, 특히 정보공개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해 어떤 정보가 중요시되고 있는지를 분류해 이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니즈를 파악하되 타 부서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공개하면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이 본격화되면서 이슈가 되었는데, 주주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기관투자자 유무, 특히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그들이 기업에 관여할 때 관심을 갖는 이슈 등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하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경영 팀과 투자자 대응 부서인 IR팀이 협업하면 효과적입니다. 양질의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되, 전략적으로 공개하십시오! ESG 정보공개는 이러한 투명성과 전략적 관점에서 이루어질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