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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9년
05월호


윤리연구소 - 인사이트+

주요국 비재무정보 공시 법제화 동향

삼성전자는 인권영향평가 결과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인권경영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3월 UN이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을 지적하는 자료를 낸 것이다.

이처럼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여론은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비재무정보 공개를 의무화·규범화하는 국가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원활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주요 국가의 비재무정보 공시 법제화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동향

최근 국내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지난해 도입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으로서 투자한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연기금을 투자받은 기업은 환경보존,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이를 정리한 비재무정보를 효과적으로 공개할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둘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동향이다. 2016년 국회에서는 상장 법인의 사업보고서에 사회적 책임 활동(CSR) 내역을 추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은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이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는 내용으로 회사의 목적, 상호, 사업내용 외 임원의 보수, 재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러한 재무적 정보 이외에 더 다양한 정보를 기재할 것을 요구한다. 윤리경영, 직원 복지 및 기타 사회적 책임 내역 등의 비재무정보다.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보를 기재해 기업의 투명성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 입법 취지다.

작년 11월, 금융감독원은 답보 상태에 있던 해당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저출산 대응 노력이나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의 사항을 공시하여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 알 권리를 충족하고 투자 판단에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책임 공시 의무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동향

우리나라와 무역에 있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각국의 비재무정보 공시화 동향을 살펴보자.


유럽 – 유럽연합(EU) 비재무정보 공개 지침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온 지역인 유럽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CSR 규범을 운영하고 있다. 비재무정보 공시 법규화도 선도한다. 가장 최근에는 ‘EU 비재무정보 공개 지침(2014/95/EU)’을 통해, 연평균을 기준으로 임직원 수 5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비재무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유럽 지역 대상 기업들은 자사의 비재무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KOTRA에 따르면 유럽 지역 대기업 6000여 곳이 대상이 된다. 적용 대상 기업들은 환경·노동·인권존중·부패방지 등의 비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유의할 사항은 대기업과 거래관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비재무정보 의무화 공개 방침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회사가 공개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자회사가 공개요건에 포함된다면 비재무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EU 비재무정보 공개 지침 도입 흐름 EU 비재무정보 공개 지침 도입 흐름

출처: EU Commission

유럽의 비재무성과 공시 의무화는 국내 기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거나 법인을 설립한 기업은 유럽 기업에 준하는 인권, 노동환경, 기업투명성정책, 위험관리 정보 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연합의 소매업체가 한국의 제조업체에 물건을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소매업체는 유럽연합 지침에 따라 협력업체인 한국 기업에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유럽 기업과의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발간 등으로 한국 기업들의 비재무정보 공시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 연방공시법 S-K 규정, 사베인스 옥슬리법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부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유럽연합보다는 덜한 편이다. 그러나 주주중심 자본주의와 민간부문의 자발성으로 투자자와 기타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규들이 제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연방증권법’과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ley)’이 있다.

첫째, ‘연방증권법’은 환경 정보, 회사 지배구조, 그 외 사업 정보 등 일부 비재무정보에 대한 공시를 강제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방공시법 규칙 S-K Item 303에서는 경영자의 경영 토론 및 분석 보고서(MD&A)를 규정하고 이 보고서에 기업 성과와 재무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 상태와 기회 및 위험을 과거와 미래의 관점에서 서술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사베인스 옥슬리법’은 회계 부정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상장회사의 회계 개선 및 투자자 보호법’이다. 2002년 7월 30일 법안의 발의자인 상원의원 폴 사베인스(민주당, 메릴랜드)와 하원의원 마이클 옥슬리(공화당, 오하이오)의 이름을 따서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하면 미국 내 상장사들의 회계 문제 발생 시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회계장부의 정확성을 보증한 기업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회계 법인에 대해서도 제재가 가능하다. 기업의 투명성, 준법경영을 골자로 하는 것이다.


중국 - 정부 주도·민간 호응의 비재무정보 공시 기조 확산

우리나라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은 사회주의 전통의 영향으로 정부 주도의 CSR 촉진 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중국 국내외 기업 전반에 대한 CSR 실행 압력을 높이고 있다.

2015년 12월 홍콩거래소는 ‘ESG 보고서 지침’을 정식 발표해 2016년 회계연도부터 상장기업에 비재무정보 공시를 반강제화 했다. 또한 2016년 12월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ESG 관련해서 강화된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식을 공개 발행한 기업의 정보공개 관련 연차보고서의 내용 및 양식에 수정 지침을 내렸고, 같은 달 선전거래소는 오염물질 배출기업의 개념 및 정보 공개의 구체적 기준을 수정해 공표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ESG 정보 공개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 CSR 컨설팅 및 연구기관인 신타오는 2017년 7월 <중국 증시 대표기업 100개사 CSR 보고서 실질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장기업 100개사의 CSR 이행 수준을 평가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100개사 중 86개사가 CSR 보고서를 발간해 비재무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74%가 국유기업인 것에서 중국 정부의 비재무정보 공개 의무화 의지가 엿보인다. 정부 주도, 민간 호응의 흐름 속에 중국의 CSR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중소기업들도 비재무정보 공시 동향에 대비해야

이처럼 주요국들은 비재무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엄격히 감독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재무정보가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로써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홈페이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비재무정보 공시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중견·중소기업들도 각국의 비재무정보 공시 의무화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래하는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비재무정보 제공 불충분으로 CSR 활동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시, 협력사 선정 배제, 납품량 축소 등의 불이익을 받으며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