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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
브리프스

2019년
05월호

사례돋보기

비재무정보 공시 우수 사례

2016년 11월에 오픈한 네이버 증권의 비재무정보 서비스 사용자가 2018년 3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노동환경, 직원복지, 친환경 정책 등의 비재무정보가 기업 가치 판단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종업원 500명 이상의 기업에 대해 비재무적 성과 공시를 의무화했다. 그 외 각국 정부, 글로벌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활동을 선제적으로 노출하고 규범화하는 추세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특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국이 비재무정보 공시 의무화를 추진한다면, 비즈니스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돋보기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비재무정보 공시 우수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해외 사례

해외에서는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비재무정보의 공개와 지속가능경영의 성과 측정을 위해 UN을 중심으로 여러 선제적인 노력이 있어왔다. 보고 형태와 기준을 참고할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주요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코카콜라 - 비재무적 성과를 핵심성과지표(KPI)로 공개

코카콜라 컴퍼니는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무알콜성 음료 및 시럽을 제조·유통하는 미국의 식음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 코카콜라는 이미 2012년부터 비재무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 왔다.
2018년 발효된 유럽연합의 대기업 비재무정보 공시 의무화 지침이전부터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 온 것이다. 코카콜라의 비재무정보 공시 체계는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지속가능성 보고 가이드라인을 제정·보급하는 UN의 협력기관) 표준을 따르며 2012년부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우수회원사인 ‘UNGCLEAD’ 기업으로서 UN 프로그램의 원칙 및 체계를 준수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UN과 국제사회가 인류 공통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와도 연계되어 있다.

코카콜라의 비재무정보 보고 특징은 핵심성과지표(KPI)다. 경제·환경성과, 노동 관행, 인권, 사회 영향, 제품 책임 등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비재무적 목표 및 성과를 관련 지표와 함께 제공한다. 보고서에는 이슈별 경영방식과 목표, 지표, 파트너십 프로그램 정보도 포함된다. 회계연도 내 지속가능경영 성과지표, 마케팅 정책의 효과성과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속가능경영 수칙의 준수 여부도 외부기관에서 검증을 받아 공시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프로젝트 성숙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목표 달성도 등 기업의 우선순위 변동에 따라 공개하는 KPI 종류도 늘려가고 있다. 일단 공시한 KPI는 내부 검토는 물론 외부 검증도 병행한다. 아직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지속가능사업 평가지표 및 산업규정이 많지 않은 만큼 코카콜라는 자사가 발표하는 KPI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공개하고 있다. 정성적인 비재무정보를 수치화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의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보 노르디스크 -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의 유기적인 통합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기업 노보 노르디스크의 비재무정보는 통합보고서 형태로 제공된다. 통합보고서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회계 기준의 재무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 가이드라인, 장기목표, 미래 비전 등의 비재무적 정보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통합보고서는 재무 및 비재무적 자본이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체계 안에서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성과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기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는 다루는 자료의 성격부터 다르다.
노보 노르디스크가 이러한 통합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에 자체적으로 구축한 경영 시스템이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경제, 환경, 사회의 세 가지 축을 세우고 성과 지표와 연동시켜 개별 사업부의 목표도 지속가능경영이라는 틀 안에서 추구해 나가게끔 했다. 그리고 이 성과 측정 결과를 통합보고서 안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거버넌스가 노보 노르디스크의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하게 한 토대였던 것이다.

국내 사례

국내에서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성과를 발표하는 등 비재무정보 공시에 힘쓰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그중 관련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글로벌 상을 수상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며, 주요 특징을 알아보도록 하자.

KB금융그룹 - 명확한 콘셉트를 통한 보고서 이해도 고취

KB금융그룹은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 KB국민카드가 포함된 국내 대형 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2017/2018년 LACP(미국 커뮤니케이션 연맹) Vision Awards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세계적 권위의 홍보·마케팅 전문기관인 LACP가 주관하는 비전 어워즈에는 포츈(Fortune)지 선정 500대 기업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기업 및 정부기관, 비영리단체 등 매회 20여 개국 약 1000여개 기업이 응모하고 있다.
상을 수상한 KB금융그룹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콘셉트는 ‘오른길을 만나다’이다. KB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을 ‘오른길’로 제시하고 국내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옳은 길’을 가기 위한 KB의 지속적인 노력과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은 이해관계자 전달과 서술능력, 재무 보고, 메시지 명확성, 정보 전달력 등 6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100점 만점에 총 98점으로 통합 44위, ‘지속가능’ 부문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50에 별도로 선정됐다. KB금융그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명확한 콘셉트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도를 높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현대건설 - 산발적인 기업 보고서들을 화학적으로 결합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종합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CRRA(Corporate Responsibility Reporting Awards)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다. CRRA는 전 세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대상으로 9개 부문별 우수성을 평가하는 상으로, 전문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공신력을 인정받은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현대건설은 2012년 CRRA 통합보고부문 2위에 입상했다.
현대건설은 2011년부터 통합보고 형식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해 경제, 사회, 사회적 가치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통합보고서는 재무, 지속가능성, 지배구조 등 산발적으로 발간되는 기업보고서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킨다. 투자자들은 단일 보고서를 통해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를 한눈에 파악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건설의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의 통합보고는 이후 유럽 등에서 대두된 비재무정보 공시 의무화 바람에 선제적인 대응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비재무정보의 중요성, 앞으로 더 강화될 것

올해 3월, 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주목한 기업행사가 있었다.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시켜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한 것이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적용 사례였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국민이 주인인 국민연금의 존재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친환경, 노동환경,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 비재무정보의 수집, 집계, 수치화, 효과적인 공시 방법에 대한 기업들의 진지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