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사회문제는 더욱더 심각합니다. 청년실업, 고령화, 저출산, 지방소멸, 환경파괴, 사회적 갈등과 분열 등 많은 사회문제가 매일 매일의 지면을 장식합니다. 정보통신,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의 발전은 바람직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문제의 골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가 50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여 노력하지만 날로 심화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재원을 조달하기 위하여 세금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부족한 재원과 함께 사회문제의 내용도 문제입니다. 사회문제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이제는 전통적인 복지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회문제들이 경제와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복지와 시장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경제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듯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도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주는 복지’와 함께 재원이 선순환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투자 접근방식’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사회투자방식은 사회문제를 예방적이고 근본적인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운영되면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 아울러 적정 수익기반을 마련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입니다. 선진국의 경험은 이러한 방식이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적금융은 이러한 사회투자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재원을 공급하는 금융입니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인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임팩트금융이라고도 불리는데, 자본과 기업가정신을 동원하여 사회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인식되면서, 마이크로크레디트, 크라우드펀딩,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임팩트투자, 지역금융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사회가치에 기반을 두고 운영하는 본격적인 사회적은행들이 대폭 확산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매년 3조 원 이상을 사회공헌에 지출하고 있고 그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사회공헌 지출은 그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래의 단순한 기부방식에서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활동에 사회적인 가치가 동시에 묻어나오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적가치를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사회공헌에서의 혁신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기업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더 기업다운 방식으로 사회공헌의 축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회적인 기부보다는 사회문제 해결에 시장이 융합되는 사회투자, 이를 지원하는 사회적금융이 보다 기업의 문화에 맞는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이를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전문성을 가지고 사회적금융을 수행하는 기관들과 함께 협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극적인 사회공헌의 차원에서 재원을 사회적금융에 공급하고, 기업이 보유하는 장점인 생산, 마케팅, 유통 등 경영의 방법론을 사회적금융기관들과 함께 나누면서 사업을 진행한다면 효율적으로 사회적금융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