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몇 곳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강의 제목을 ‘윤리·투명 경영이 경쟁력입니다’라고 정했습니다. 윤리경영은 필수적일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1983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마케팅부에 배치 받은 후, 회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윤리경영’입니다. 그래서 윤리경영은 자연스럽게 저의 일과 기업문화 속에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이러한 신념은 CEO가 되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윤리경영에 대한 요구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윤리경영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한킴벌리가 2004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윤경 SM포럼, 2007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윤리경영은 경영의 최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고 윤리는 그다음이라는 인식이 강했죠. 이러한 기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급변했습니다. 불안정성, 양극화, 기후변화 등이 심각해지면서 기업과 사회 전반에 윤리와 책임을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들도 커졌습니다. 2015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윤리경영은 경영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비교적 윤리경영에 앞장서 왔던 기업들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더 근본적이고 고차원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의 자발성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요구와 가이드라인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리경영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하는 방법과 기업문화 속에 윤리를 내재화시켜야 합니다. 구성원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할 때 더 높은 생산성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년간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과 실행의지는 매우 높아졌다고 봅니다. 법과 규정이 보완된 이유도 있겠지만,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제사회가 부단히 전개한 노력들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한 기업 및 단체는 259개입니다. 이는 UNGC의 핵심가치인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입니다. 기업들이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공동의 목표에 관심을 가지고 실행의지를 보이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유한킴벌리 또한 윤리경영의 기업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며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